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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아∼코스닥!…9개월새 '사상최고'서 '최저'로

입력 | 2000-12-20 18:44:00


사상최고치에서 최저치로 전락하는데 일년도 걸리지 않았다.

코스닥지수는 벤처열풍을 타고 급등, 3월10일 사상 최고치인 283.44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더니 결국 60마저 무너졌다. 기술주 거품논란, 현대그룹 자금난, 국제유가 급등, 구조조정 난항 등 갖은 악재에 시달리며 그로기 상태에 몰려있던 코스닥은 ‘나스닥 폭락’이라는 결정타 한방에 맥없이 고꾸라졌다.

한 해 동안 사상최고치에서 최저치로 추락한 것은 전세계 증시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

▽폭락의 원인〓나스닥의 6일 연속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특히 최근 나스닥의 하락은 일회적 현상이 아니라 기업실적 악화 등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해석이다.

현대증권 이건상 수석연구원은 “나스닥 하락만으로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주가조작 사건이 또 터져 경영 투명성이라는 코스닥의 고질적인 문제가 제기된 것도 하락에 일조를 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폐장 이후 내년 개장 때까지 6일씩이나 휴장함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투매의 한 원인이 됐다고 이연구원은 덧붙였다.

또한 예전의 폭락 때는 지수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줬던 대형통신주들이 IMT―2000 사업자 발표 이후 약세를 보인 것도 지수 하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바닥은 여전히 몰라〓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직도 바닥은 멀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 증시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경기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어 적어도 내년 1·4분기까지는 어떤 호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세종증권 김태훈연구원은 △나스닥 상장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 △국내 경기의 급속한 위축 △원―달러 환율의 재상승 조짐 등을 들어 코스닥지수가 변동한다면 ‘기술적 반등’ 쪽보다는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내년 1월에는 다량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주식 전환 물량이 1조4000억원에 달해 물량에 큰 부담을 주게될 전망이다.

▽나스닥에 달렸다〓전문가들은 나스닥에서 ‘단비’가 내리기만을 바라는 ‘천수답’ 장세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부적으로는 반등을 이끌만한 재료가 전혀 없기 때문. 대형통신주들은 IMT―2000 재료가 노출된 상태에서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부을 일만 남았다. 근로자주식저축, 연기금 투입 등 증시 부양책도 코스닥과는 거리가 먼 얘기.

문제는 나스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 굿모닝증권 이상호연구원은 “나스닥 시장에서는 기본가치를 재평가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닷컴 기업을 중심으로 과매도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반등을 이끌어낼 만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개인투자자 위주의 기형적인 시장 형태에서 벗어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교보증권 박석현연구원은 “코스닥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다”면서 “지수의 안정성을 꾀하려면 코스닥 선물지수를 하루빨리 도입해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