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질투는 금기로 여겨져 왔다. 조선의 여성은 ‘칠거지악’이란 마음의 감옥 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다. 요즘도 여전히 심한 질투심은 미숙한 감정, 성격장애 또는 병적 질환으로 해석돼 정신 치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제 질투심으로 너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질투는 남녀관계를 공고히 하는 접착제라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살짝 상대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게 시들해진 남녀 관계를 뜨겁게 하는 묘약이 될 수 있다고까지 충고한다.
미국 텍사스대 진화심리학자 데이빗 부스는 올해 펴낸 ‘위험한 정열―왜 질투는 사랑이나 섹스처럼 필요한가’에서 “인류는 배반과 버림받음의 위험 속에서 라이벌을 물리쳐 번식에 성공하기 위한 ‘적응 행동’으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질투란 감정을 진화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는 연인 시절 질투를 많이 했던 남녀가 결혼 골인 확률도 높다는 조사도 실려있다. 부스 교수는 “질투심을 자극해 부부관계의 정열을 회복한 심리 치료 사례도 많다”며 “질투에 대한 이해는 중요한 정서적 지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부스 교수는 ‘짝짓기 시장’에서 성적 시장가치의 균형이 깨질 때 질투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흔히 남편이 승진하거나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아내는 남편의 사소한 행동에도 질투를 느낀다. 질투가 본능적 경계심의 스위치를 켬으로써,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도록 ‘경계 경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질투와 남성의 질투는 다르다. 어느 쪽이 당신의 질투를 더 자극할까? 첫째 당신의 파트너가 다른 사람에게 온통 마음과 시간을 빼앗긴 경우, 둘째 파트너가 당신은 경험해보지 못한 체위로 다른 상대방과 열정적인 섹스를 즐기고 있을 경우.
“만일 미국, 독일, 일본, 한국의 여성이라면 대부분 정서적 부정을 더 실망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대부분 파트너의 성적 부정에 더 격하게 반응한다.” 부스 교수는 이를 남녀의 번식 전략 차이로 설명한다.
번식은 여성의 몸 속에서 일어난다. 임신한 자식이 자신의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남성들은 수백만 년 동안 ‘뻐꾸기 아빠’가 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해왔다. 따라서 남자는 여성의 성적 부정에 심한 질투를 느낀다. 흔히 남자가 부정을 저지른 아내에게 강한 욕정을 느끼는 이유는 아내를 오르가즘에 도달하게 해 자궁 속의 다른 남자의 정자를 따돌리고 먼저 수정을 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반면 여자는 임신 기간 그리고 출산 뒤에도 오랜 동안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남편이 온통 다른 여자에게 정신을 빼앗기는 데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여성은 남편의 부정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그 여자를 사랑해?”하고 반복해 확인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질투는 무자비한 보복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여성의 ‘솔직한 고백’은 금물(?)이다. 미국에서는 살인 사건의 13%가 배우자 살인이고, 대부분 배우자 부정이 그 원인이다.
여성이 ‘보복’을 피해 남성의 질투를 살짝 자극하는 방법이 있다. 파트너가 보는 가운데 다른 남자에게 웃는 것이다. ‘캐주얼 섹스’를 지향하는 남성들은 낯선 여성의 웃음을 성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이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은 충성도를 확인하려고 질투를 일부러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에서 부부 150쌍을 조사한 데 따르면 여성의 40%가 두 사람의 결합 강도를 시험하려고, 38%가 관심과 애정을 공고히 하려고 남성에게 질투의 불을 질렀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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