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영 중인 짐 캐리 주연의 영화 ‘그린치’의 원 제목은 ‘그린치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다. 이 영화는 외톨이 그린치가 마을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 못마땅해 크리스마스를 망쳐 놓는다는 내용이다.
우리 영화팬들도 이 영화처럼 이번 크리스마스를 망쳤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내 주요 극장이 5년6개월째 묶여있던 영화관람료를 이번 주말부터 7000원으로 기습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극장들은 특히 ‘미션임파서블2’같은 대작영화 개봉에 맞춰 관람료를 인상하려했던 6월과 달리 개봉작 전체를 동시 인상하는 초강수를 구사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영화 제작비 인상과 영화관람료 내용을 내세워 인상 불가피론을 편다.
먼저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비는 평균 18억원에 이른다는 것. 주연급 배우들의 몸값이 오른 탓도 있지만 몇 년전만해도 30∼40명이던 편당 제작인원이 70∼80명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는 얘기다.
영화관람료 내용을 보면 문예진흥기금(366원)과 부가세(512원)를 빼면 5122원이 남는다고. 한국영화의 경우 제작사와 극장은 이를 5 대 5로 나눠 갖고(외화는 6대 4) 제작사는 이 중의 8∼15%를 배급료로 지불한다. 관객 1인당 2300원 안팎의 돈이 제작사에 돌아가는 셈이다. 20억원의 제작비를 건지려면 비디오 판권과 방송 판권 수입 등 30%를 제외한다고 해도 서울지역 극장에서 최소한 30만명(전국 6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상불가론의 논리도 날카롭다. YMCA 안수경 간사는 “관람료를 인상하기 전에 극장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획일적인 영화관람료를 차별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영화관람 거부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PC통신에도 관람료 인상에 반대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키가 180㎝만 되어도 앉아서 보기엔 다리가 저려오고 의자도 다 망가진 영화관도 똑같이 7000원을 받겠다는 것은 문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지는 마당에 영화관람료까지 인상한다면 그마나 영화를 보며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왔던 서민들은 어디서 여가를 보내란 말이냐.” 좋은 영화를 좋은 시설에서 보고 싶다면 관람료 인상에 대해 무조건 반발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극장측도 기습 인상보다는 영화팬들을 위해 관객이 가장 적은 요일에는 오히려 5000원으로 할인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영화팬들도 크리스마스를 망치게 됐다는 기분은 좀 면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