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주지사가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되면서 경제 정책에 대해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선거 유세 때 밝힌 것처럼 부시의 경제 정책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대규모 감세(減稅)다. 재정흑자로 마련된 자금중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세금감면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경제 정책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나눈다면 금리조절을 포함한 통화정책은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부시 당선자가 당선 직후 워싱턴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접견한 인사가 그린스펀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을 만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날 의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시 당선자의 감세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전해진다.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아직 부시 당선자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금 감면을 통한 경기 부양에 반대하는 그린스펀의장이 있는 한 효과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대규모 감세를 펼칠 경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거나 또는 금리 인상을 통해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그린스펀 의장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고 만일 손발이 안맞을 경우에는 쉽사리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미국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해도 경기 부양 효과가 없었던 일본과 비교한다면 미국은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한번도 써먹지 않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모두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만큼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가능성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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