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를 잘 하는 수밖에 없다.’
연일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던 코스닥지수가 20일 마침내 사상최저치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처방이다. 진입요건을 엄격히 정해 투자할 만한 기업들을 충원하고 퇴출의 문을 활짝 열어 작전과 거품으로 오염된 종목들을 청소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에 가깝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입할 수 있는 대신 퇴출의 문은 사실상 닫혀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96년 이후 지금까지 신규등록한 기업은 516개. 반면 등록이 취소된 기업은 263개다. 나스닥시장의 경우 85년 이후 신규상장기업은 1만525개, 상장폐지된 기업은 모두 9796개에 달한다. 매년 100개 기업이 신규상장됐다면 93개 기업은 퇴출된 셈이다.
문제는 숫자의 많고 적음만이 아니다. 퇴출요건 성격 자체가 다르다. 나스닥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없는 기업’을 퇴출시킨다면 코스닥은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해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 없는 기업’을 정리하는 격이다.
협회중개시장운영규정에는 퇴출요건으로 △등록 관련 서류의 허위기재나 누락 △부도 및 영업정지 △피인수합병 △공시 위반 △거래소 직상장 등 주로 ‘사후 장부정리식 요건’이 나열돼 있다. 96년 이후 등록취소 사유를 봐도 거래소 상장, 뮤추얼펀드 만기, 기업 부도 등이 대부분이다.
반면 나스닥의 경우 △순이익 △유동주식의 시가총액 △최저 매수 호가 △시장조성 등에 대한 ‘물관리 규정’을 두고 있다. 최저매수호가제가 특기할 만하다. 주가가 1개월 이상 1달러를 밑돌 경우 즉시 해당기업에 통보하고 90일간의 유예기간을 준 뒤 다시 1달러를 넘는 날짜가 10영업일을 넘지 못하면 퇴출시킨다.
코스닥시장의 진입 및 퇴출 문제를 관장하고 있는 증권업협회도 등록 및 퇴출 요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홍기 시장관리팀장은 “등록심사요건 개선방안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 2월 중순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퇴출과 관련규정은 내년 1·4분기에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 뒤 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강 팀장은 “코스닥은 나스닥보다 규모가 작고 주가변동성이 심해 최저호가기준 같은 엄격한 요건은 도입하기 어려우며 다만 퇴출과 재등록을 빨리 결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시장 덩치를 빨리 키운다는 욕심으로 진입은 쉽게 하고 관리를 하지 않아 코스닥시장이 투기장화되면서 코스닥이 기관과 외국인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시장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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