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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언대]이영희/자리양보않는 젊은이 비난만 말고…

입력 | 2000-12-21 18:33:00


일본에서 약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질서정연하고 예의바르며 친절한 태도와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 어느날 퇴근길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 멈춰 서자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버스에 탔다. 어느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기에 내가 일어나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랬더니 그 할머니는 손을 내저으며 자기는 아직 다리에 힘이 있어 괜찮으니 나보고 편히 자리에 앉아 가라고 했다.

그 할머니는 나보고 외국인 같은데 앞으로는 일본에서 노인이 먼저 자리를 요청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자리를 권하지 말라고 했다. 일본 노인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자리를 권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억지로 빼앗다시피 하는 모습도 보았다. 며칠 전에도 버스에서 한 노인이 아픈 표정을 지으며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받는 것을 보았다. 그 노인에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라고 했더니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어서 그렇게라도 해야 자리를 양보한다고 했다. 자리를 양보하고 말고는 젊은이의 마음에 맡기고 다른 젊은이들도 내 손자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넓은 아량으로 대하면 젊은이들이 좀 더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다.

이영희(경기 양주군 주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