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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재패니메이션의 천황' 미야자키 하야오

입력 | 2000-12-21 19:09:00


‘푸른 바다 저 멀리 뭉게구름 넘실거린다’라는 주제가로 시작하던 TV만화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을 기억하는가. 핵전쟁으로 지구문명이 멸망한 뒤 펼쳐지는 암울하면서도 낙천적 세계관, 1차 세계대전때나 등장했을 비행기로 창공위에서 펼쳐지던 곡예비행, 기형에 가까운 기술문명과 평온으로 가득찬 농촌공동체의 대조적 풍경.

그 독창적 세계의 창시자로 ‘재패니메이션의 천황’이라 불릴만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59)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마침내 국내에서 잇따라 개봉된다. 그 흥행신화의 신호탄이 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작)의 30일 개봉을 시작으로 ‘빨간 돼지’(1992년), ‘이웃의 토토로’(1988년) 등이 줄지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97년 일본에서 1300만명이라는 경이적 흥행기록을 세운 ‘원령공주’까지 8편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와 더불어 세계 애니메이션을 양분해온 그를 E메일 인터뷰로 미리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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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주인공 나우시카는 물론 대척점에 서있는 토르메키아 제국의 사령관인 크샤나 역시 여성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난감하다. 보통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니까’라든가 ‘나는 여성을 좋아한다’라고 대답한다. 어쩌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의식적 선택은 아니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본능에 관한 한 우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인공을 여성으로 선택하면 스토리가 아무리 뻔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이해가 가능해진다.”

―암울함과 쾌활함이 교차하는 작품속 세계관은 어디서 비롯하는가.

“‘하나의 사물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이 내 기본 생각이다. ‘추한 것은 아름답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그래서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로봇을 묘사할 때도 그 이면성을 강조했다. 한편으론 꽃을 내밀면서 다른 한편으론 성을 파괴하는 식이다. 그 성 자체도 상반부는 녹색으로 덮여있고 하반부는 기계라는 상반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작품에서 늘 창공과 비행을 즐겨 다루고 있다. 나우시카가 타고다니는 메베의 디자인도 독특한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가.

“바람에서 이미지를 떠올렸다. 주인공 나우시카가 바람처럼 자유로이 하늘을 날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디자인했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서양의 비행기나 탱크 등 소위 메커닉에 심취했으나 고교시절 제국주의의 침략수단인 ‘병기’에 정신팔린 자신이 부끄러워 수집해왔던 메커닉 도감을 모두 불태웠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미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당신에게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마음가짐 같은 것을 들려달라.

“기본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자는 마음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 세계를 부정하고, 긍정하고, 그리고 다시 부정하는 것. 그것이 작품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것을 두 번 만들 수는 없잖은가. 우리는 늘 새로운 테마로 작품을 만든다.”

―한때 은퇴설이 나돌았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육체적으로 애니메이터 감독을 하기에 힘든 한계상황이라는 점은 같다. 지금 2001년 여름 공개를 목표로 ‘센토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작화의 대부분은 후배에게 맡기고 있다. 매번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얼마 지나고 나면 또다시 만들고 싶어지는게 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