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아들, 상지와 성주를 볼 때마다 정인균씨(34·회사원)는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기도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말을 알아듣고 선물을 주실까?” 틈만 나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채는 두 아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그런데 며칠 전 두 아들이 ‘씩씩하게’ 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디지몬 인형을 선물로 받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선물은 말 잘 듣는 애들한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하는 거야.”
몇 년째, 며칠째 똑같은 아이들 엄마의 ‘레퍼토리’다.
엄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애들이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는 어린이집에서 보낸 알림장. 애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공지사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산타잔치에 쓸 선물을 어린이 몰래 크리스마스 이틀 전까지 어린이집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날 이후 상지와 성주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더 이상 소원을 빌지도, ‘착한 짓’을 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빠를 들볶을 뿐이다.
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