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활황을 예상했던 미국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며 지난 10년간의 상승 기록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기대했던 금리인하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 완화 발표가 나타난 시점이 바로 폭락을 촉발한 계기가 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이 금리 인하를 노린 일부 투기적인 세력들이 선취매에 나섰다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자 바로 매물을 쏟아 놓으면서 초래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폭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못하고 연일 이어지며 연중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원인을 단지 단기적인 투기적인 세력에서 찾는 것은 설명력이 부족하다.
최근 시장의 폭락은 두 가지 주요 요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내년 초까지 당분간 시장을 움직일만한 호재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시장을 괴롭힌 실적 악화 문제이다. 그나마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며 간간히 반등을 보일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대통령 선거 결과의 확정으로 인한 정국 안정이라는 재료와 연방준비 이사회에서 지금까지 펼쳐왔던 통화 긴축 정책을 해지할 것이라는 재료가 있었다. 그러나 이 두가지 재료가 모두 노출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호재성 재료가 동이 난 것이다. 이에 기댈 언덕이 없어진 투자자들에게 업친데 덮친격으로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겼던 나스닥 지수 2,500선마저 힘없이 무너지면서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게 된 것이다.
실적 악화 문제도 이제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던 연방준비이사회가 발표한 것과 같이 현재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기의 급격한 추락이다. 따라서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아질 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우려했던 실적 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금리 인하는 내년 초에 단행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지만 실제로 금리 인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서 경기가 살아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된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상승을 보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현재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전략은 한가지 실적 악화 전망이 충분히 주식시장에 반영될 때 까지는 투자를 유보하고 관망하는 것뿐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