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일을 하면서 10년 동안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머리카락을 무료로 잘라준 사람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고합 의왕공장에서 일하는 박채군(朴採軍·44)씨. 박씨는 3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야간근무조 일이 끝나면 바로 옷을 갈아입고 이발도구를 챙겨 산본 1동 노인정을 찾는다.
박씨는 78년 고합에 이발사로 입사했다가 88년 사내 안전환경팀으로 전환배치된 이색 경력의 소유자. 어느 날 그는 동네 약수터에서 우연히 기동이 불편한 친구의 아버지를 만나 이발을 해 드렸고 이를 계기로 “나의 특기인 이발로 남에게 조그마한 것이라도 베풀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찾기 시작한 곳이 노인정.
이곳 노인정에는 넉넉지 않은 독거 노인 또는 노인부부가 모인다. 김세규씨(노인정 회장)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고마워서 어쩌다 선물이라도 할라치면 도망가기 바빠요”라며 박씨를 칭찬했다.
박씨는 안면이 있는 노인이 보이지 않으면 안부를 묻고 아픈 경우 집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임종을 앞둔 노인에게는 더욱 정성스럽게 머리손질을 해준다고.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0여년이 됐습니다. 이분들이 바로 제 부모님이나 마찬가진걸요.” ‘아름다운 가위손’을 가진 박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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