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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2000]천수이볜 대만총통/ 국민당 '반세기 통치' 종지부

입력 | 2000-12-22 18:34:00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49)총통은 3월 예상을 뒤엎고 총통에 당선됐다. 그는 반세기에 걸친 국민당 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대만 민주화에 새 장을 연 것이다.

선거 직전 그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국민당 지지 기반은 두텁고 그를 내세운 민진당은 의석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수 야당.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울지 않는가. 집권 국민당에 내분이 일고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단체가 그를 열렬히 지원하면서 그는 극적으로 승리했다.

천총통은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떨쳤다. 장제스(蔣介石)총통이 철권 통치를 하던 70년대 중반, 그는 대만 최대의 공안 사건이었던 ‘메이리다오(美麗島)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민주화 인사를 체제 전복 혐의로 대거 체포해 군사재판에 넘긴 사건이었다. 80년대 중반 그는 정권의 탄압을 받아 1년여간 옥고를 치렀다.

5월 총통에 취임한 그는 개혁에 착수했다. 정경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세법을 고치는 등 ‘검은 돈과의 싸움’을 시작했으며 사법부와 공직 사회 개혁도 착수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개혁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일마다 발목을 붙잡고 있으며 경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물가는 뛰고 실업자는 늘고 있다. 주가는 연일 폭락해 21일에는 5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천총통을 ‘대만 독립’을 꿈꾸는 인물로 보고 있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도 불편하다. 2001년 천총통이 이들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관심거리다.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