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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신해철과 나의 시대'

입력 | 2000-12-22 19:12:00


신해철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1997년 12월에 넥스트를 해산하고 꼭 3년만이군요. 서강대 철학과를 다닌 흔적일까요, 아니면 영국에서 음악을 공부하였던 탓일까요? 이번 그룹의 이름은 비트겐슈타인이라는군요.

1994년 가을, 갓 문단에 평론가로 이름을 내밀 무렵, '상상'이라는 잡지를 통해 그와 대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네요. 동갑내기인 그와 나는 예수의 나이 서른셋에 다다랐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는 대중음악판에서 저는 문학판에서 놀고 있습니다.

대담을 나눈 다음 저는 신해철이란 가수의 특징을 '단순, 무식, 과격'으로 결론지었지요. 그리고 지금도 이 세 단어는 그를 향한 최고의 찬사입니다.

먼저 단순함에 대하여

그는 모든 것을 음악으로 연관시킵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시덥잖은 농담을 할 때도 음악으로 그 정보들을 환원시키는 것이지요. 음악에만 순교하면 되는 것이니까 눈치를 살피거나 잔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1990년 MBC 10대 가수인 그가 텔레비전과 담을 쌓고 넥스트 결성으로 돌아선 것도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음악 자체에 몰두했기 때문이겠지요.

다음 무식함에 대하여

그는 엄청나게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1992년 처음 넥스트의 앨범을 들었을 때를 기억합니다. 추상적이면서도 동화적이고 과잉과 결핍이 뒤섞인 노래들이었지요.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가 예전의 가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자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며 배워나가는 정신. 그것이 그를 먼 나라 영국이나 미국으로까지 인도한 것이겠지요. 굳이 소크라테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무식한 자신을 아는 자만이 유식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과격함에 대하여

그는 극한을 추구합니다. 어중간하게 타협하는 법이 없지요. 테크노면 테크노 락이면 락, 끝까지 가봅니다. 물론 그러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대작주의니 맹신을 조장한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오해도 받았지만, 자기 한계를 돌파하지 않는 자가 어찌 예술가일 수 있겠습니까?

신해철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대중음악 외에 그가 있을 곳이 어디겠습니까? 올 겨울 내내 그의 음악과 함께 지낼 작정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80년대와 90년대를 온몸으로 돌파한 우리네 청춘의 초라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며 조금은 자랑스러운 흉터가 남아 있습니다.

그가 계속 단순하고 무식하며 과격하게 극한으로 치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스물일곱 살 가을의 수줍은 고백처럼, 그는 돌아오고 돌아오고 또 돌아와서 우리에게 불면의 시간과 맞바꾼 노래들을 들려줄 의무가 있고 우리는 한 예술가가 예술혼을 불태우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볼 책임이 있습니다.

"옛날에 텔레비전에 '무슨 가수 컴백'이라고 나오면 대중들이 보고 '아직도 해' 그러잖아요? 이게 아니고 롤링스톤스가 다시 음악을 한다면 '대단하다 대단해'라고 팬들이 얘기하잖아요? 나이를 먹어서도, 어떤 형태의 음악을 하고 있더라도, 어떤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하고 꼭 가깝지 않더라도 꾸준히 자기 음악을 하고 있다라는 정도의 인식만 있다면 좋겠어요."(1994년의 대담- '존재의 문을 열어라' 중에서)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교수) tagtag@kytis.ko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