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난이 내년에도 계속되고 일부 기업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52조4000억원으로 올해(44조7000억원)보다 7조7000억원 늘어나는 데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만기연장(차환발행)이 올해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제2금융권 대출이 거의 끊겨 5대 그룹 이하 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4대 그룹 중에서도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주력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 그룹의 경우 내년 1·4분기와 3·4분기 이후에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금융]기업 "돈빌릴데 없다"…만기 회사채 해결 막막
24일 본보가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2001년 회사채 만기도래 현황’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5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1·4분기 만기 물량은 10조7000억원. 채권 은행들이 자구 계획에 따라 만기를 자동으로 연장해주는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기업을 제외한 실질적인 만기 물량도 6조6000억원이나 됐다.
특히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기업자금난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3·4분기에 14조1000억원, 4·4분기에 22조원이 몰려 있는 등 하반기에 36조1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로 보면 시장에서 차환 발행 등으로 소화할 수 있는 4대 그룹이 22조5000억원이었으며 5대 이하 기업은 15조원이었다. 특히 시장에서 차환 발행이 어려운 BBB급 이하 회사채 만기 물량은 1·4분기에 2조2000억원에 달했다. BB+이하 투기등급 채권의 만기물량은 내년에 10조5000억원이었다.
한편 현대그룹의 경우 올 12월 만기가 되는 회사채 규모는 1조9000억원이었다. 내년 1·4분기 1조8000억원, 2·4분기 5000억원, 3·4분기 2조7000억원, 4·4분기 4조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극심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의 회사채 만기가 많아 차환발행이나 은행권 자금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현대그룹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위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종금사나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의 기업 대출이 거의 끊긴 상황”이라며 “기업의 유일한 자금 조달 창구인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