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차기 법무장관에 보수성향이 짙은 존 애시크로프트 상원의원을 지명한 데 대해 여성단체를 비롯한 진보세력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애시크로프트 지명자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에도 낙태를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등 골수 보수노선을 표방해온 인물로 최근 상원선거에서 멜 카나한 미주리주지사(선거 직전 사망)에게 패배, 그의 부인에게 상원의원 자리를 넘겨줬다.
애시크로프트는 지난해 미주리주의 첫 흑인 대법관인 로니 화이트가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되자 “화이트는 인종차별 문제를 주장하는 운동권 판사”라고 주장, 상원이 임명동의를 거부하는 데 앞장섰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밥 존스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23일 사설에서 “애시크로프트를 법무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커다란 꽃다발을 안긴 셈”이라며 “그가 상원인사청문회를 자동 통과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세력은 애시크로프트 지명자가 법무장관이 되면 낙태 인종차별 동성애문제 등에 관한 민권이 전반적으로 후퇴할 것을 우려하면서 의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일전(一戰)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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