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내 변화를 역설했다. ‘시장 창출’, ‘선제공격’, ‘제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역동적인 기업’ 같은 말을 많이 썼다. 어느 대목에선 ‘그런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질문에 반박하기도 했다. 곱절이나 나이 많은 이에게 꾸지람받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고루함을 이유로.
21일 만난 조정남(趙政男·59) SK텔레콤 부회장은 가늠하기 힘든 그 변화의 폭과 깊이를 “5∼10년 뒤면 SK텔레콤이 금융회사, 엔터테인먼트회사, 방송회사, 무역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로 표현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낳을 수 있을까. 바로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이다. SK텔레콤은 15일 IMT―2000의 비동기방식 사업권을 따냈다.
―IMT―2000이 과연 경제성있는 사업인가.
“문제는 사업성이 있다 없다가 아니다.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으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제3세대 무선이동통신은 대세요, 사활을 건 경쟁무대다. 돈이 되도록 사업을 설계해 나가고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동영상 E메일, 방송형 통신, e커머스(이동통신을 이용한 상행위) 등이 우선 가능한 사업분야다. 2007년경이면 IMT―2000부문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나.
“차입하지 않고 투자비용을 댈 수 있다. 올해 영업이익만도 1조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내년 3월말까지 내야 하는 출연금을 한번에 낼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다. 사업개시후 3, 4년 안에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다.”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 협상 전망이 밝아졌는데….
“가격 문제가 마지막 걸림돌이다. 외국 통신회사와 비교해볼 때 지분가격이 주당 45만원 이상은 돼야 하는데, 주가가 너무 낮다. 인내심을 갖고 임할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해 한중일 3국의 제1사업자간 제휴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만의 하나에 대비해 보다폰 등 유럽쪽 사업자들과도 접촉중이다.”
SK텔레콤측과 통신업계, 증권가의 견해를 종합할 때 지분 매각가격은 40만∼45만원이 될 전망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양종인 차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50%로 가정하면 현 주가에서도 가능한 가격수준”이라며 조기 협상타결을 낙관했다. 한편 11월 NTT도코모가 미국의 AT&T와이어리스의 지분 16%를 매입할 때 지불한 가입자당기업가치를 적용할 경우 SK텔레콤 지분의 가격은 75만원이나 된다. 이를 할인해 적용한다 해도 40만∼45만원은 SK텔레콤의 지분가격으로서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 의견.
LG텔레콤이 동기식 사업권 신청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불거진 통신사업 재편과 관련, 조 부회장은 “LG텔레콤은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인수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11월 SK㈜, SK글로벌 등과의 부동산 매매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기된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SK텔레콤은 멀티미디어통신회사로 거듭나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의 신 사옥이 필요하다”면서 “신 사옥 설계가 완성되는 즉시 일반에 공개해 의혹을 풀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SK글로벌로부터 사들인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부지에 새 사옥을 지어 3년 뒤 이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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