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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인기정상 god "돈없어 맨밥 먹던 초심 늘 간직해요"

입력 | 2000-12-25 19:10:00


‘God is dead(신은 죽었다)'

인기그룹 god(지오디)의 인터뷰에 앞서 들어가 본 god의 인터넷 홈페이지(www.god.sidus.net)는 철학자 니체의, 그 유명한 말로 시작됐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말은 이랬다. ‘god is back(god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신(God)’ 대신 ‘god’를 만나기 위해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을 찾았다.(편집자주)

오후 2시30분. ‘생방송 SBS 인기가요’가 시작되려면 한시간 반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수십명의 10대 소녀들이 문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하늘색 풍선을 들고 있거나 파란색 겉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 god 팬들이었다. (하늘색은 god의 ‘상징색’이다.)

출연자 대기실에 들어섰을 때 하늘색 정장 차림의 god 멤버 다섯명은 막 카메라 리허설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이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돼있었다. 카메라 리허설에는 ‘대타’를 내보내는 스타도 있다던데….

박준형, 윤계상, 손호영, 데니안, 김태우 등 다섯 멤버들은 피곤한 모습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룹 리더인 박준형은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다보니 날짜 개념이 없어져 어제와 오늘이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12월 들어서부터는 하루에 두 세 시간 밖에 못잤어요. 연말 특집이 많아 하루에 녹화를 여덟 개쯤 하는 것 같고. 후속곡 ‘니가 필요해’ 뮤직비디오까지 찍느라 너무 바빴어요.”

실제로 god는 요즘 각 방송사 예능국 PD들의 출연섭외 대상 0순위다. god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연예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각종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최다 검색어로 꼽힐 만큼 인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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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낸 3집 중 ‘거짓말’은 각종 인기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데다 앨범도 두달도 채 안돼 150만장이나 팔렸다. 데뷔 때 꿈이 ‘앨범 한 장 내는 것’이었던 이들에겐 아직도 ‘거짓말’의 인기가 ‘거짓말같다.’

“데뷔전 준형이 형이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해 받은 적은 출연료로 다섯명이 살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김치 살 돈도 없어 맨밥을 고추장에 비벼 먹었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지금도 멤버들은 그 때를 추억하며 ‘겸손하자’와 ‘초심을 잃지말자’고 몇 번씩 다짐한다.

인터뷰 내내 한뭉큼씩 종이를 든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2시간 동안 이들이 사인해 준 분량만 해도 100장은 족히 됐다. 그래도 싫은 기색없이 일일이 응해줬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더 느껴져요. 가령 우리가 담배를 피운다고 하면 청소년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따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조심하게 되지요.”

이들이 유난히 청소년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멤버들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에 자칫 ‘삐딱하게’ 나갈 수 있는 이 또래 아이들에게 애정이 많기 때문이다.

3집 앨범의 성공으로 또 한가지 반가운 점은 이들의 인기가 단순히 인기 TV프로그램 코너인 ‘god의 육아일기’ 때문만이 아님을 증명했기 때문.

“인간성 좋은 의사보다 실력있는 의사를 찾게 되듯 팬들도 무엇보다 노래를 좋아해주면 좋겠어요”(박준형)

그러나 돌쟁이 ‘재민이’를 돌보는 ‘육아일기’ 덕분에 god가 다른 그룹들과 달리 10대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폭넓은 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육아일기 이후 유아복, 학습지 등 유아관련 업체에서 god와 재민이에게 CF제의가 쇄도했지만 아기만큼은 ‘상품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모두 뿌리쳤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공개홀을 나서니 스튜디오에 못들어간 수십명의 ‘하늘색 풍선’들이 추위도 잊은 채 목을 빼고 문앞에 서 있었다. 멀리서나마 자신들의 ‘신’, god의 모습을 보려는 것이었다. 공개홀 건너편 길가에 이들이 걸어놓은 대형 현수막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숭배하라, god.’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