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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로비 실태]하소연 협박 연휴잊은 내몫 챙기기

입력 | 2000-12-25 19:30:00


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놓고 막판 계수 조정 작업에 들어가자 정부 각 부처와 사회단체 등이 각당 지도부와 계수조성소위 위원 등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 로비가 집중됐다.

▽정부 부처〓24일과 25일 국회 예결위 소위회의장 앞 복도에는 성탄절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각 부처 공무원이 100여명 이상 모여들었다. 계수 조정 작업 때 부처 소관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현장 로비’를 벌이기 위한 것.

24일 오후 탁병오(卓秉伍)부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은 서울지하철 부채 상환 비용 1770억원을 “꼭 통과시켜 달라”며 민주당 김덕규(金德圭)의원 등을 붙잡고 호소했다. 이들은 “예산이 책정되지 않으면 지하철 기본 요금을 1000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세청 간부들은 세무사협회장을 지낸 나오연(羅午淵)의원과 경제 관료 출신인 이강두(李康斗)의원 등 한나라당 소위 위원들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르면서 매달렸다. 이들은 “예산이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세무 조사 인력을 크게 늘린 때문”이라며 국세 징수 활동비를 100억원가량 삭감하려는 한나라당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청은 다른 부처 예산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벤처기업 인프라 예산 100억원을 한나라당이 삭감하려 하자 한나라당 위원들에게 “실질적인 벤처기업 지원 예산은 이게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 교육부 고등교육국, 문화관광부 관광국 관계자들이 정회시간 때마다 소위 위원들을 쫓아다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의원은 “각 부처의 로비가 워낙 거세 투철한 사명 의식 없이는 당해 낼 재간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실제 사업의 필요성을 충분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당한 설명을 사시(斜視)로만 보지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 사회단체 및 지자체〓여야간 이견이 큰 새만금간척사업은 관련 단체들의 로비도 엇갈렸다. 전북도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은 국회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여야 총무와 소위위원들을 상대로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 단체들은 “환경 재앙을 부른다”며 극력 반대했다.

한나라당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 등 일부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삭감 방침을 밝힌 뒤 참여연대와 각종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들도 연일 찾아와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때로는 읍소나 압력의 수준을 넘어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한 소위 위원은 “한 노동단체로부터 ‘우리 단체 관련 예산을 깎을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강두의원은 “집이나 사무실, 심지어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아내 공갈을 치거나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