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달 중순부터 지하철 전역사에 설치 가동키로 했던 교통카드 고속충전기 사업이 늦어지면서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올 8월 지하철의 교통카드 이용률을 높인다는 취지로 10월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기존 충전기보다 충전 시간이 10분의 1 수준인 고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었다.
24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교통카드를 판독기에 댄 뒤 출입구를 통과하려던 회사원 이기원씨(31)는 갑자기 ‘삑’하는 소리에 한 걸음 물러섰다.
“이런, 카드에 잔액이 부족하네….”
순간 서울시가 이달 중순부터 지하철 모든 역사에 교통카드 고속충전기를 설치키로 했다는 보도를 떠 올린 이씨. 카드 충전을 위해 매표소로 달려간 이씨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이달말이나 내년이 돼야 충전이 가능하다”는 역무원의 답변을 듣고 정액권을 구입해야만 했다. 이씨는 “갈수록 지하철의 교통카드 이용객은 늘어나는데도 충전기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개발 업체의 사정으로 당초 계획보다 두 달 연기된 15일까지 설치를 끝내겠다고 계획을 바꿨지만 현재 지하철 전 노선에 설치된 고속충전기 555대 가운데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것은 5∼8호선의 195대에 불과, 가동률이 35%선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고속충전기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꼴.
이 때문에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다수의 승객들은 구체적인 해명도 없이 충전기 설치를 미루는 서울시의 ‘늑장 행정’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대학생 김언주씨(21·여)는 “가뜩이나 충전소를 찾기 힘든 마당에 지하철에 고속충전기가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대했는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자꾸 연기하는 것은 시민의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1∼4호선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각 충전기에서 중앙전산실로 일일 충전 내용이 전송되는 과정에서 잦은 실수가 발생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로 당분간 전면 가동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전면 가동 계획이 연기된 것은 업체와 기술적인 사전 협의가 미진한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28일경 전면 가동을 목표로 최종 시험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내년으로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고속충전기를 정상 가동, 시민들의 불편을 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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