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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문화] 어린이들이 본 환경

입력 | 2000-12-26 09:31:00


현종이는 감기에 걸렸습니다. 하필이면 따뜻한 봄날, 민들레가 노란 꽃잎을 활짝 피우고 있는 날이었습니다. 현종이는 폴짝폴짝 뛰어놀고 싶어 미칠 것만 같습니다. 동생 지영이도 감기에 걸려 숨쉬기가 힘든지 쌕쌕거리기만 합니다. 어머니는 현종이와 지영이에게 약을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공기가 나빠지니 몇 년 뒤에는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현종이와 지영이는 마스크라도 쓰지만 길가의 플라타너스는 마스크도 쓰지 못한 채 나쁜 공기를 그대로 마시고 삽니다. 약을 먹어도 병이 잘 낫지 않는데, 플라타너스는 얼마나 아플까요?

현종이는 어머니를 따라 분리 수거장에 갔습니다. 쓰레기를 들고 가는 게 창피했습니다. 투덜거리며 수거장에 도착했는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저렇게 많은 쓰레기를 태운다면 공기가 얼마나 나빠질까?'

현종이는 이제 물건을 아끼고 재활용하여 지영이, 플라타너스와 함께 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싶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서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말입니다.


위의 글은 상인초등학교 5학년 이현종 군이 쓴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제1회 푸른 환경 가꾸기 그림 그리기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탄 글이에요.

현종이와 함께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를 했던 친구들의 작품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민음사)'. 이 책에는 환경정의시민연대가 지구의 날을 맞아 개최했던 그림 글짓기 대회에서 뽑힌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송지혜 친구는 예쁜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머니가 호랑이와 곰과 새를 꼭 껴안고 있는 그림이지요. 지혜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자연을 사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를 닦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류수경 친구는 물을 소중히 아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수경이는 이를 닦는 동안 수도꼭지에서 마구 쏟아져 내리는 물이 슬퍼하는 표정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들은 지난 4월 23일 지구의 날을 맞아 차 없는 거리가 되었던 세종로에서 친구들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그린 것들이라고 합니다. 글짓기는 전국의 친구들이 우편으로 보내온 것입니다.

심사를 맡았던 선생님들은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눈이 어른들보다 투명하고, 생각이 깊고, 실천은 구체적이었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제1회 푸른 환경 가꾸기, 그림 그리기, 글짓기 대회 수상 작품집/ 송다운 이현종 외 지음/ 환경정의시민연대 엮음//228쪽/ 값10.000원/민음사)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