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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2000년은 한국 NGO혁명의 해

입력 | 2000-12-26 10:12:00


올해 2000년 만큼이나 격동적인 해가 앞으로 또 있을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하나만으로도 2000년은 격동과 감동의 해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있지 않았는가. 기억하기조차 지겨운 의약분업 사태는 또 얼마나 괴로웠고, 대우사태와 현대사태는 또 얼마나 심각했던가.

NGO, 시민단체들도 가장 격동적인 한해를 보냈다. NGO들이 그토록 왕성하게 활동했던 적은 예전에 없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어느 때 보다도 NGO에 대해 가장 말이 많았고 또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며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때가 올해 2000년이었다.

연초부터 4월13일 총선 때까지 전국의 NGO들이 총선시민연대를 조직해 낙천·낙선운동을 강행하며 총선정국을 주도했던 일들은 엄청난 정치적, 사회적 충격이었다. NGO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는 세계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NGO들의 정치화가 가히 '혁명적'이었던 만큼 연말에는 총선시민연대의 '시민불복종운동'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기도 했다. 또 장원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과 최열 사무총장의 사외이사 사건이 터지면서 NGO의 도덕성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사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총선정국의 열기를 정치개혁으로 몰고가려던 NGO들의 개혁운동이 좌초될 수 밖에 없었다. 개혁연대는 10월에 와서야 출범할 수 있었지만 그 추진력은 부정부패방지법 등의 개혁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 수준에 그쳤다.

총선시민연대의 정치화뿐만이 아니었다. 올해를 '한국 NGO혁명의 해'로 기록할 만한 사건 두 가지가 더 있었다. 10월 아셈2000 서울회의의 세계화, 또 장장 6개월을 끌며 전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러브호텔 사건과 같은 지방화가 그것이다.

한국의 NGO들은 아셈2000에서 폭력사태가 없는 평화시위를 통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결사반대하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고 또 서울회의를 주최했던 정부측에서도 NGO의 평화시위가 아셈2000을 성공적인 회의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NGO들은 최초로 세계의 유수한 NGO들을 대거 초청해서 NGO포럼을 열며 각종 글로벌 행사와 시위행진을 무난히 치루어냈다. 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연초부터 내내 지속되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만 일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방에서 행동하라", "지방에서 생각하고 세계적으로 행동하라"는 말들이 세계에 널리 통용되듯이, 2000년 한국 NGO들의 활동은 세계화에 못지않게 지방화에서도 대단했다.

지방의 풀뿌리 NGO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폈던 것은 연초에 총선시민연대에 동참하면서부터였다. 총선이 끝난 후 5월부터는 러브호텔 난립을 저지하는 시민운동이 고양시에서 불붙기 시작해 가을에는 전국으로 번져갔고, 결국 러브호텔 건축을 규제하는 새로운 입법을 이끌어내는 결실을 맺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 공개, 방만한 지방사업의 적자에 대한 책임추궁, 지방의회 모니터링 등은 시민운동을 풀뿌리 차원에서 본격화시켰던 화제거리들이었다. 그밖에도 톨게이트 요금징수 반대투쟁, 난개발 저지운동도 전국적인 풀뿌리 시민운동이었고, 전국의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기능이 전환되면서 이 센터의 활성화를 위해 풀뿌리 NGO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동참한 것은 지방화의 성과로 꼽힌다.

이처럼 NGO들이 정치화, 세계화, 지방화로 획기적인 발전을 하면서 새로운 변혁의 바람을 몰고 왔던 일들을 돌이켜 정리해보면, 올해 2000년이 한국 'NGO혁명'의 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총선활동 하나만으로도 한국의 'NGO혁명'을 얘기해볼 만 한 것이다. 'NGO혁명'이란 말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 시대의 키워드이다.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의 얘기로는 세계는 지금 NGO들의 활동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인권, 빈곤, 환경, 분쟁, 주택, 보건 등 심각한 문제들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UN이 각국의 정부뿐 아니라 NGO들을 파트너로 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면서 그는 이런 변혁을 'NGO혁명'이라고 얘기한다.

올해 5월에 UN은 전세계 NGO들이 참여하는 '밀레니움 포럼'을 개최해 9월에 있었던 세계정상들의 '밀레니움 회담'에 상정하는 아젠다를 미리 검토할 정도로 NGO들을 공식적으로 대우했었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러스터 샐러먼 교수는 94년에 전세계적으로 'NGO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관찰하면서, 서구에서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동구에서도 무수한 NGO들이 속속 조직되며 다양한 비영리, 공익활동을 통해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참여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샐러먼 교수는 'NGO혁명'의 3대 조건으로 위로부터는 리더십의 지원, 아래로부터는 일반 시민의 지지, 그리고 밖으로부터는 국제사회의 영향을 꼽았다.

사실 한국의 'NGO혁명'은 김대중 정부의 확고한 지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NGO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법,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김대중 정부에 와서 발의되어 올해 시행되었다. 총선연대활동에 대한 일반 시민의 지지율은 줄곧 2/3가 넘었다. 또 남북한 UN 동시가입 이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면서 적지않은 국제적 영향을 받으며 NGO를 정책결정에 중요한 참여자로 인정해온 것도 사실이다. 다른 어느 국가의 NGO들이 이처럼 절대적인 리더십과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던가. 2000년 한국의 'NGO혁명'은 위, 아래, 밖으로부터의 3박자 지지를 바탕으로 시민참여의 시대를 열었던, 세계에서 보기드문 'NGO혁명'으로 꼽힐 만하다.

새해 2001년에도 'NGO혁명'은 지속될 것인가? 정치개혁, 부패방지 등 개혁입법 시민운동을 중심으로 한국 'NGO혁명'의 횃불이 계속 타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주성수/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장(행정대학원 교수)sungsoo@email.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