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경기도와 성남시가 내년부터 판교 지역에 대한 건축허가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
신도시 건설에 대한 찬반론은 각각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건설업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신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역기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시행된 신도시 건설로 양산되는 부작용은 이미 분당과 일산의 개발 사례에서 보아왔다. 지금은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조속히 진행돼야 할 시점이지, 그 해결책으로 신도시 건설을 주장하는 것은 부실한 건설업체의 수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방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광역도시계획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수도권 전체의 혼란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베드타운 성격의 기형적 신도시로 개발된다면 서울을 통과하는 교통량만 늘려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분당의 경우 주민 중심의 진정한 지방자치시대에 대비한 계획된 행정조치들이 뒤따르지 않아 태생이 전혀 다른 분당 신도시와 성남의 구시가지를 행정적으로만 묶어둬 주민들 사이의 괴리감과 이질감이 표출되도록 정부가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의 개발 논리는 건설업체 부양과 세수를 고려한 지방자치단체의 주장만 고려되고 있을 뿐 개발된 뒤 일상의 삶에서 가장 피부로 느낄 판교 주민은 물론 분당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상대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판교 주민들이 겪는 생활의 어려움은 충분히 고려돼야 하며 그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뒤에서 개발을 부채질하는 투기꾼과 외지의 토지 소유자들의 입장은 배제하고 주민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개발 찬반 논리를 떠나 정부, 지자체, 전문가와 시민단체, 해당지역 주민이 참여해 수도권 신도시를 과거처럼 졸속으로 개발하지 않도록 시간을 갖고 연구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우리들의 것만이 아닌 후손들의 몫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영해(한양대교수 ·21세기 분당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