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택은행의 파업으로 인해 수많은 고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28일로 예정된 금융노련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더 많은 고객이 더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은행이 파업하지 않고 정상영업을 할 때도 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파업까지 하면 기업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지급 및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다.
▼인원감축-점포폐쇄 불가피▼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아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및 지급결제 기능을 정상화해 기업을 비롯한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로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음으로써 은행이 대출을 늘려 지난해와 올해 상당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 파업 등을 지켜보면서 내년에도 이런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에서는 경제주체들이 경제행위를 하는데 금융이 윤활유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금융시스템에서는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중개와 지급결제가 효과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 금융기관이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경영돼야 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 및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을 둘러싼 임직원 주주 채권자 예금자 고객 감독당국 등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부단히 수행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만큼 경영효율을 높이지 못하는 구조조정은 아무 쓸모가 없다. 은행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수익증대를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은 서로 다른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간 합병을 통해 가능하다.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한편 비용감소는 인력감축, 점포폐쇄, 전산비용 절감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비용감소를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은 같은 시장을 갖고 있는 은행간 합병을 통해 가능하다. 1991년 케미컬은행과 매뉴팩처러스 하노버은행의 합병이 생존 차원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이뤄진 대표적인 합병 사례다.
우량은행간 자율합병은 수익증대에 목표를 두는 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비용절감을 목표로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우량은행의 경우 축적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새 사업에 진출했을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반면 비우량은행의 경우에는 경영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량은행의 경우 과연 비우량은행에 비해 얼마나 많은 경영능력이 축적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따라서 국내은행간 합병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원감축 및 점포폐쇄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근 합병을 추진중인 체이스은행과 JP모건은행은 투자은행 업무에 종사하는 두 은행의 직원 3만2000명 중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두 은행은 우량은행이지만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15% 정도의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아무리 우량은행이라도 경영효율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우량은행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의 우량은행간 합병사례로부터 알 수 있다.
▼금융기관 임직원이 주도해야▼
국내금융기관도 부실금융기관은 물론 우량금융기관도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높은 경영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 높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해야만 국내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유지될 수 있다. 국내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도 원활해질 수 있다.
주주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의 임직원 스스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임직원이 주주가치의 극대화에 소홀하면 주주의 주주권 행사로 임직원이 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동현(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