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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담합우려 '병원옆 약국' 단속…폐쇄위기 1500여 약국 반발

입력 | 2000-12-26 19:01:00


서울 서초구 S아파트 상가 3층. 내과 치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4개 의원이 같은 층의 약국 앞과 좌우에 있다. 노원구 A아파트 K빌딩에는 1층 편의점, 2층 약국과 내과, 3층 안과, 4층에 피부과가 영업 중이다.

이처럼 병의원과 같은 상가나 건물에 들어선 약국은 환자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외부의 다른 약국보다 처방전을 많이 소화한다. 그러나 담합방지를 이유로 내년 6월부터 이런 유형의 약국을 폐쇄할지를 놓고 정부와 해당 약국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담합약국 금지규정〓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간 직능구분과 견제를 통해 약물 오남용을 막자는 제도. 그러나 의사와 약사가 짜고 처방전을 몰아주며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오히려 분업 전보다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담합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개정 약사법에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를 분할 변경 개수하거나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복도나 계단, 승강기가 설치된 약국은 개설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개정 약사법에 따라 의료기관과 같은 복도나 계단을 이용하는, 다시 말해 의료기관과 같은 층에 자리잡은 약국은 앞으로 개설이 금지되며 이미 영업 중인 약국도 법개정 6개월 안에 폐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1500여개의 약국이 문을 닫게 됐다.

대전시가 최근 시내 약국 58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곳(7%)이 의료기관이 있는 건물에서 의료기관과 같은 출입구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안효환(安孝煥)약무식품정책과장은 “의료기관과 약국은 구조적 경제적 기능적으로 독립 운영돼야 하는데 특정 의료기관의 조제실 역할을 하는 약국은 담합방지 차원에서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소급입법’ 논란〓의료기관과 같은 층에 있는 약국들은 분업 초기 처방전을 신속하게 수용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하는 등 분업에 협조해 왔는데 이제 와서 동네약국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같은 층에 있는 약국을 폐쇄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당국의 적법한 허가에 의해 개설된 약국을 불과 몇 달 만에 법을 뒤집어 허가를 취소하는 예는 없으며 이는 명백한 ‘소급입법’이라는 것.

이들은 최근 ‘조제약사연합회’란 단체를 만들어 개정 약사법에서 문제의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전문위원실에서도 법안을 검토한 뒤 ‘재산권 침해 등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조제약사연합회는 개정 약사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위헌여부를 가리고 약국 당 2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정부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준용(李遵鎔)조제약사연합회장은 “의료기관내에 있거나 의료기관 일부를 고쳐서 만든 약국을 폐쇄하는 건 당연하지만 의료기관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데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다는 이유로 개설을 막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