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이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발레로 공연된 역사는 15년 정도다. 초창기에는 ‘우리도 크리스마스에 호두까기를 한다’는 기념공연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공연장 문화가 크게 변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작품의 질이나 관객 유치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수요가 먼저였는지 공급이 먼저였는지를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은 이제 대중적인 발레로 자리잡은 듯 하다.
특히 올해는 두 발레단의 실력대결이 국내 발레사에 기록될 만큼 치열했다. 국립발레단이 볼쇼이 버전(16∼25일 예술의 전당)을, 유니버설발레단이 키로프 버전(21∼25일 세종문화회관)을 선택한 결과, 서울은 이제 ‘호두까기 인형’의 명소가 된 느낌이다.
사실 두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와 국립발레단의 초빙 안무자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이름만으로도 공인 받을 만하다. 원작자들이 작품을 전수하면서 외국의 성공작이 한국에서 졸작으로 전락하는 위험이 줄어들었다.
이번 공연은 우리 무용수들의 기량이 이 명사들을 대접할 만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두 러시아 버전은 서방 세계와 비교할 때 천사나 요정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면 과자나라에 간 클라라가 천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사탕요정과 왕자의 춤을 구경하는 내용이 없다. 대신에 나비나 인형들의 환영을 받고 자신이 직접 왕자의 파트너로 축제를 주도한다. 내용으로만 보면 춤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꼬마가 등장해서 앉아있는가 아닌가 정도이고 주변 상황과 민속춤 부분이 조금 달라진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최고의 백미로 꼽는 눈의 왈츠와 꽃의 왈츠에서 각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 이번 무대의 우열을 가리긴 어려웠다. 주역들의 2인무도 국립이 고난도의 앙레브망(들어올리기)을 강조한 반면, 유니버설은 다섯 왕자가 공주에게 호감을 표하는 구성으로 특색이 있었다.
유니버설이 쥐왕과 싸우는 1막의 꿈 장면을 보다 실감나게 연출했다면 국립은 2막의 캐릭터(민속춤)에서 동심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단점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보였는데 유니버설은 극장의 무대전환 구조가 좋지않아 고전했고 국립은 음악이 춤의 호흡을 이해하지 못해 환상의 매력을 감소시키고 말았다.
문 애 령(무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