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외국인 처녀가 제주해녀가 됐다. 호주 출신 인류학자인 조세핀 라이트(29)는 24일 제주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 앞바다에서 제주해녀들과 함께 ‘입수식(入水式)’을 가졌다.
이날 해녀복을 입고 처음 바다에 뛰어든 라이트씨는 제주해녀의 도움을 받아 문어와 해삼을 한마리씩 잡는 데 성공했지만 성게를 채취하려다 가시에 찔리기도 했다. 그는 “바다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처럼 경건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93년 서울대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라이트씨는 호주 캔버라대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 ‘해녀들의 삶과 정체성’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기 위해 내년 12월까지 1년 동안의 해녀체험을 시작한 것.
그녀는 “산소공급 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따는 해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어 제주해녀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해녀생활을 위해 자비로 해녀복과 해산물을 따는 도구 등을 장만했으며 온평리 어촌계는 서글서글한 그의 성품과 열성에 반해 조만간 총회를 열어 준회원자격을 주기로 했다.
라이트씨의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강추익씨(51·여·성산읍 온평리)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해녀 제1호가 됐다”며 “수영실력도 상당해 몇 달 안가 능숙한 해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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