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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KBS교향악단원들의 평가, 지휘자 개성 '10人 10色'

입력 | 2000-12-26 19:36:00


“얘, 울면 토스카니니가 와서 잡아간다!”

1940년대, 미국 NBC 교향악단 단원들이 어린 아이들을 겁주던 소리. 아이들이 이 말을 들으면 금세 울음을 뚝 그쳤단다. 토스카니니형 독재자로부터 줄리니형 민주주의자까지 지휘자의 개성도 다채롭다. 한국 최고의 악단인 KBS교향악단을 지휘해온 지휘자들은 연습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악단원들이 귀띔하는 별난 지휘자들의 개성.

▽오트마 마가〓온화한 인품이지만 연습은 하품나올 정도로 지루하다. ‘예쁜 소리’를 강조한 나머지 같은 부분을 수없이 반복한다. 어느정도 만족스러울 때도 1분도 일찍 안끝내준다. 1991∼96년 상임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탄복을 자아내는 음악성의 소유자. 반면 단원에 대한 편애가 있어서 같은 실수도 어떤 사람은 웃으며 용서하는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유난히 화를 낸다. 현악기의 앙상블을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현 상임지휘자.

▽정명훈〓리허설 때 무게잡다 무대 올라가서는 혼자 심취하는 기분파. 단원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 가까이 다가서기 어렵다. 1997년 상임지휘자 지냄.

▽임헌정〓내면의 깊이가 있는 지휘자이지만 비트가 명확하지 않아 가끔 대하는 오케스트라로서는 까다로운 느낌. 부천 필하모니 상임지휘자.

▽함신익〓유머가 많아 인기가 높다. 음악적으로 뼈있는 충고도 반드시 농담을 섞어서 한다. 미국 예일대 교수.

▽요엘 레비〓의도하는 음악적 표현을 비교적 쉽게 만들어낸다. 가만가만 얌전히 얘기하지만 지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 음악감독.

▽김홍재〓10월 아셈음악축제 때 처음 입국한 일본 조총련계 지휘자. 비트가 정확하고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설득한다. 윤이상의 작품 등을 지휘했는데, 윤이상에게 직접 배워서인지 깊은 공감이 왔다.

▽곽승〓가장 무섭지만 인기있는 편. 관악 연주자 출신이라 관악의 결함을 잘 짚어낸다. 요즘은 손을 떠는 것이 흠. 부산시향 상임지휘자.

▽김덕기〓연습실 리허설은 중요한 부분만 확인하고 짧게 끝내지만 무대 리허설은 ‘기대를 배반하듯’ 매우 까다롭다. 서울대 교수.

▽금난새〓해설자로서는 인기가 높지만 연습은 의외로 가장 재미없는 편. 유라시안 필하모니 상임지휘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