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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배길태·이창수 등 "용병들 꼼짝 마"

입력 | 2000-12-27 18:32:00


프로농구는 이미 ‘용병의 잔치판’이 된 지 오래다.

외국인선수는 규정상 팀당 2명씩만 보유할 수 있지만 이들이 팀 전력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27일 현재 한국농구연맹(KBL)이 시상하는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9개 기록부문 중 6개 부문에서 용병들이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결국 경기의 승패는 상대 용병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있는 셈.

배길태(LG) 이창수(삼성) 김동언(기아) 박종덕(삼보) 등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골칫거리인 상대팀 용병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재주로 수비에서 한몫 단단히 해주는 이들이 요즘 각 팀 감독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1경기에서 5분 뛴 것이 전부인 배길태는 올시즌 ‘지독한 승부사’ 김태환 감독을 만난 뒤 ‘용병 킬러’로 변신했다. 올시즌 벌써 14게임 출전.

배길태는 지난달 19일 신세기전에서 타고난 근성을 십분 발휘해 ‘득점기계’ 캔드릭 브룩스를 초반 꽁꽁 묶어 용병잡는 ‘재주’를 인정받아 상대팀 ‘작은 용병’ 수비전문으로 나서고 있다.

만성간염을 이겨내고 지난해 재기에 성공한 이창수도 상대팀 용병센터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체격(1m96, 103㎏)에서 용병에 그리 뒤지지 않는 데다 워낙 팔이 길어 용병잡기에 안성맞춤인 것.

식스맨인 배길태와 이창수가 상대 용병을 붙잡으며 팀 주전들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LG와 삼성은 공교롭게도 26일 현재 나란히 공동1위를 달리고 있다.

공동 3위에 올라있는 기아의 보배는 ‘아기코끼리’ 김동언. 올 봄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빅맨캠프에서 혹독한 훈련을 치른 김동언은 이 때 배운 몸싸움의 노하우로 용병에게 밀리지 않고 골밑을 든든히 책임져주고 있다.

삼보도 한국에 와 처음 센터역할을 맡는 모리스 조던의 취약점을 루키 박종덕이 메워주고 있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