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유는 91년부터 99년까지 슈퍼리그에서 9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팀. 그러나 지난 슈퍼리그에서 현대건설에 우승을 내주면서 오랫동안 지켜왔던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장윤희 홍지연 등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마저 은퇴해 LG정유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
하지만, 27일 도로공사와의 2001슈퍼리그 첫 경기에서 보여준 LG정유의 저력은 충분히 ‘정상 탈환’에 도전장을 낼만한 기량이었다.
LG정유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특유의 조직력과 끈끈한 수비를 앞세워 도로공사를 3―0으로 완파했다.
LG정유는 이날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가 없는 ‘옛날식’ 배구를 했다. 리베로는 보통 센터 등 수비가 약한 공격수가 후위로 물러났을 때 그 자리를 메우는데 LG정유에는 센터 이미정, 레프트 정선혜 김지수, 라이트 김성희 등 누구 하나도 수비 능력에 흠이 있는 선수가 없었다. 올초 은퇴한 리베로 오윤경의 공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
장윤희가 빠지고 박수정이 부상으로 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LG정유에서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해준 선수는 정선혜.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로 팬들을 사로잡은 정선혜는 이날도 13득점을 올리며 승부처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정선혜는 3세트 20―21로 뒤진 상황에서 혼자 4점을 따내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여기에 서브 리시브는 물론, 상대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까지도 모두 정선혜의 몫.
1세트를 25―20으로 잡은 LG정유는 2세트에서도 여세를 몰아 17점만을 내주고 마무리했다. 3세트에서 도로공사의 반격에 말려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23―23에서 정선혜의 잇단 득점으로 25―23을 만들어 3―0의 승리를 거뒀다. 4년차 센터 이윤희는 블로킹 3개 등 혼자 19득점을 따내 승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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