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4개월간 페루를 통치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왜 갑작스레 사임했을까. 그것도 일본에서 사임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달 17일 일본에 도착한 후 이에 관해 여러번 질문을 받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2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회고록 초안을 통해 그는 처음으로 당시 사정을 밝혔다.
그는 “정국불안에 따른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사임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다”고 사임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사임 발표 장소로 일본을 택한 이유로는 “페루내에서 사임하면 나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투쟁을 벌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신변안전 문제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최근 페루의회가 ‘반부패법’을 제정한 것에 관해 “이 법은 의혹만 갖고도 멋대로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악법”이라며 “만일 내가 페루로 돌아가면 ‘마녀사냥’을 당할 것”이라고 말해 귀국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사임한 것만 보고 나를 평가하지 말라”면서 “퇴임 직전에도 54%의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민중의 치노(동양인)’라고 불린 대중 정치인이었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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