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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약 오르지?"

입력 | 2000-12-27 18:37:00


프로농구에서 꼭 실력으로만 승부가 결정될까.

때에 따라선 상대로 하여금 ‘열 받게’ 하는 것도 작전의 하나.

이른바 ‘베트콩 작전’이라는 것이 있다. 상대 슛쟁이를 근성 있는 선수로 하여금 찰거머리처럼 붙어 다니게 해 괴롭히는 작전이다. 상대 주포는 반칙을 동원한 지긋지긋한 수비에 ‘핏대’가 오르기 마련.

이 정도만 해도 신사적이다. ‘비겁한’ 장외 작전도 동원된다.

평소엔 서로 모른 척 하고 넘어가던 규정을 들고 나오는 것이 바로 그것.

23일 잠실 동양―SK전. 3쿼터를 시작하기 직전 동양의 최명룡 감독은 갑자기 재키 존스의 양말을 시비 삼고 나섰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흰색 양말인데 존스만 까만색 양말을 신었다는 것. 연맹 규정에는 유니폼 양말을 비롯한 같은 팀의 모든 장비는 같은 색깔이어야 한다.

이는 고도의 심리전. 하여간 이일로 열 받은 존스는 이후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해 소정의 효과를 거뒀다.

감독끼리의 심리전도 볼 만 하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종료를 앞두고 두자릿수 이상 스코어 차로 이기고도 작전타임을 부르는 것. 가뜩이나 크게 뒤져 심기가 불편한 상대 감독은 열 받고 다음 번 대결에서도 감정이 앞서 경기를 연속 그르치게 된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