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영 즐겁지가 않네.’
27일 인천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00핸드볼큰잔치 남자부 결승 1차전에서 두산그린을 25―24로 꺾은 충청하나은행의 감독과 선수들은 이상하리 만치 무덤덤했다. 반면 1패를 한 두산그린은 예상 밖으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왜 그랬을까.
충청하나은행은 많은 점수차로 이겼으면 우승 가능성이 높은데 단 1점차로 이겨 28일 2차전 결과에 따라 챔피언이 결정되는 상황에 처한 것. 대회규정에 득실차가 같을 경우 연장전이나 재경기 없이 2차전 승리팀이 우선한다고 돼 있어 2차전에서 1점차로 패하기만 해도 우승컵을 놓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충청하나은행은 다른 큰 성과를 얻었다. 황보성일(7골·8어시스트)이 화려하게 재기한 것. 황보성일은 지난해 11월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프랑스 전지훈련 도중 오른쪽 어깨 인대가 찢어져 8개월간이나 코트를 떠나야 했다. 시드니올림픽에도 뛰지 못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종반까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황보성일은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수비를 제치고 구석에 정확하게 볼을 꽂아 넣는 플레이를 선보여 완전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자부에서는 대구시청이 오순열(8골·6어시스트)의 맹활약에 힘입어 광주시청을 25―20으로 꺾고 97년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성큼 다가섰다. 최종 2차전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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