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국내의 대표적인 인권단체 회원 50여명이 명동성당 내 집회 불허 방침(본보 27일자 A31면 보도)에 반발, 28일 성당 구내에서 2주간의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명동성당측의 집회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때마침 성당 내에서 있었던 한 결혼식의 하객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
민주노총도 이날 “필요할 경우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 PC통신 게시판 등에서도 명동성당측의 방침에 대한 찬반양론 논쟁이 한창이다.
논쟁의 핵심은 ‘명동성당’이라는 공간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는 것. 인권운동사랑방 유은숙(柳銀淑)사무국장은 “명동성당은 천주교 신자들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기도 한 곳”이라며 “그런 명동성당이 이익단체도 아닌 인권운동단체들의 농성까지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당측의 사정이 이해된다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한 하이텔 이용자(ID:돌시인)는 “과거 민주화운동과 달리 요즘 농성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 대부분”이라며 “성당이 이런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공간을 제공해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성당측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 성당측은 28일 인권단체의 농성 동의 요구에 대해 “당국에 쫓기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농성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이들이 막상 농성에 돌입하자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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