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아래서 추억을 줍는 곳. 붉은 몸체를 수평선 위에 황홀하게 태우고 서서히 사라지는 태양을 보고 있으면 오욕칠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이번 주말에는 낙조를 감상하며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건강한 한해를 구상해 보자.》
▽강화 석모도〓27일 오후 4시경. 인천 강화군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은 늘 설익은 감빛이다. 그 곳에서 다시 보문사로 향하는 20여분 동안 하늘은 점차 붉은 색으로 익어간다.
노을이 물드는 속도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며 마애석불로 올라가는 동안 해는 천천히 낮은 곳으로 향하고 나는 서서히 높아진다.
드디어 마애석불 앞. 주문도와 대승도, 소승도가 ‘점’이 되어 흩어져 있는 석모도 앞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해는 저문다. 해가 지평선과 하나가 되면 찬란하고 오묘한 색으로 주위를 달군다. 이 빛깔은 차라리 비장하다.
보문사에서 5분정도 가면 도착하는 한가라지고개 또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낙조포인트. 차를 탄 채 해지는 풍경을 바라 볼 수 있다. 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순환도로를 따라 석모도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촌각을 달리하며 색깔을 바꾸는 석양빛을 볼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화 ‘시월애’의 촬영장소였던 ‘일마레’가 있었던 곳을 둘러보는 것도 추억거리가 될 듯하다. 웬만한 버스운전사는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화 장화리, 적석사〓카페 창 너머로 뉘엿뉘엿 지는 해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끝자락에 걸렸다가 장화리 앞 바다에 있는 무인도 꼭대기에도 잠시 머물더니 서서히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한참동안 해를 쳐다보다가 앞 사람을 쳐다보면 볼도 붉고 머리도 빨갛고 커피 잔속의 커피도 홍차 빛이다.
적석사 주변의 은은한 풍경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노을은 경건함의 극치다. 사찰 뒷산 정상에 마련돼 있는 낙조대에 오르면 멀리 석모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호수같은 고려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낙조대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용유도 을왕리〓해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1㎞ 남짓한 모래사장은 태양이 쏘아댄 빛에 붉게 물든다. 잔뜩 뜸들이던 해는 바다와 접촉을 시작하자 마자 기세좋게 빨려 들어간다. 해를 사이에 두고 왼편으로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반대쪽으로 포구가 펼쳐져 있어 눈 앞의 풍경은 한 장의 그림 엽서같다.
▽소래포구 철교〓소래포구에서 지는 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협궤열차가 오가던 철교위.
어른 걸음으로 3분도 채 안걸리는 짤막한 다리지만 포구를 배경으로 야트막한 산을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다. 주변 횟집과 젓갈시장을 들르는 재미도 큰 곳이다.
▽월미도 유람선〓낙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직접 낙조의 품안을 휘젓고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월미도 앞바다를 1시간 동안 유람하는 배에 오르는 것이 가장 손 쉬운 방법. 유람선은 카폐와 식당을 갖추고 있고 생음악도 연주한다.
파란 인조잔디가 깔린 전망대와 운치있는 벤치, 조명도 갖추고 있다.
jangkung@donga.com
▼가는 길▼
▽강화 석모도〓인천터미널에서 강회시외버스터미널까지 와서 외포리행 버스로 갈아타고 선착장에 내려 석모도행 카페리호를 탄다. 석모도에서 다시 보문사행 버스를 갈아탄다. 승용차로 갈 경우 48번 국도를 이용해 강화로 진입, 외포리 표지판을 따라 가면 된다.
▽강화 장화리, 적석사〓강화대교를 건너자 마자 강화역사관쪽으로 가면서 해안순환도로를 탄다. 광성보를 거쳐 전등사를 지나 함허동천쪽으로 가다보면 동막해수욕장을 지나 바로 보이는 곳이 장화리이다. 적석사는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읍을 지나 직진하면 북문이 나오고 여기서 좌회전해 가다 ‘홍릉’을 지나고 큰 고개를 넘으면 바로 고인돌군락지와 적석사 이정표가 나온다.
▽용유도 을왕리〓월미도나 율도선착장에서 영종도행 배를 타고 구읍 나루터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용유도까지 20분이 걸린다. 버스는 1시간마다 1대씩 있다. 승용차로 갈경우 영종대교를 타고 영종도를 거쳐 용유도로 갈 수 있다.
▽소래포구 철교〓버스는 제물포역이나 주안역에서 타면 된다. 승용차로 갈경우 경인고속도로 종점에서 송도해안도로를 타고 직진한하면 소래포구가 나온다.
▽월미도 유람선〓경인전철 종점인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5분 걸린다. 승용차로갈 경우 경인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을 빠져 나오면 월미도 이정표가 보인다.이고 10분정도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