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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레이크힐스CC/벙커 28개

입력 | 2000-12-29 18:53:00


나에게 골프장은 언제나 도전의 장이다.

불가피하게 라운드를 못하게 된 날은 하루종일 스트레스가 쌓이고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그런 내가 레이크힐스CC 회원이 된 이후론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 골프장을 가든지 불만 많은 골퍼가 돼 버렸다.

그만큼 작은 서비스 하나까지 레이크힐스의 세심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까.

최근 분양하는 골프장들은 대부분 ‘명문’을 지향한다.그러나 명문은 코스레이아웃은 물론 관리,입지조건,서비스 질, 오너의 경영철학, 구성원들의 질적인 면 등이 모두 조화되어야만 가능하다.이런 측면에서 나는 레이크힐스를 자신있게 명문 이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경기 용인에 위치한 레이크힐스CC는 물안개를 안고 도는 우람한 산자락의 송전 저수지를 시야에 붙잡고 동화책 속 꿈의 궁전이라 불리는 뾰족 지붕의 클럽 하우스에 도착하면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보석 이름으로 명명된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의 3개 코스는 명칭 만큼이나 매혹적이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지만 보석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세 코스 모두 쉽게 정복되지 않으려는 듯 곳곳에 ‘경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물과 숲 그리고 벙커와 언듈레이션 등 자연적인 특성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지혜와 절제, 그리고 도전의지를 모두 갖춘 플레이어만이 환희와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루비코스의 6번홀(파4·370야드)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코스 왼쪽엔 커다란 해저드가, IP지점 우측에는 길고 넓은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두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지만 전략이 들어맞아 파 세이브를 한 후의 그 희열감은 이곳 레이크힐스CC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마력이 아닌가 싶다.

또한 악명 높은 루비코스 8번홀(파5·595야드)은 위에서 내려보면 표범의 등을 연상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히든 벙커와 그라스 벙커까지 무려 28개의 각양각색의 벙커로 잘 조화돼 있다. 굿샷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미스 샷에 대한 철저한 불이익이 따르는 홀로 싱글골퍼라면 한번 도전해봄 직한 지면의 굴곡과 기묘하게 조합된 빠른 그린의 스피드는 마스터즈의 무대인 오거스타내셔널을 옮겨놓은 듯한 레이크힐스CC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수구(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