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최근 방송광고의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에 완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시민단체 학계가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놓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도 결정에 반발해 이달초 재심의 요청을 내기로 하는 등 ‘미디어렙 법안’이 올 상반기 방송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독과점구조 가속화▼
규제개혁위는 지난해 말 문화부의 ‘방송광고 판매 대행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2개 이상 허가하고 방송사 지분도 개정안보다 2배(20%)로 늘리라고 의결했다.
당초 문화부의 개정안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 대행하고 있는 방송광고 영업을 공영과 민영 둘로 나누는 2원(元) 미디어렙 체제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KBS MBC 두 공영방송은 현행대로 방송광고공사가 광고 영업을 맡고 민영방송인 SBS는 미디어렙 1개 회사를 신설해 맡긴다는 것.
규제개혁위의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사실상 방송사의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방송 광고료의 급등과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저질 프로의 양산 등 방송의 공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한국시청자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규제개혁위의 결정은 방송의 공익성을 무시하고 시청자 주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결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방송사의 직접 광고 영업이 허용되면 방송 광고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KBS MBC SBS 등 3사의 시장 독과점 구조가 더욱 가속화되며 다른 군소 방송사의 광고 수주가 크게 위축되는 등 매체의 균형 발전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 결정에 반발해 이달초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한 문화부의 김한길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방송은 제한된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므로 시장 논리만으로 재단해서는 안되며 공익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방송광고 시장의 완전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방송학)는 “규제개혁위의 결정은 방송사의 극단적인 상업성 추구와 시청률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며 “규제개혁위가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매몰돼 방송에 대한 ‘공적 규제’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렙은 방송광고 영업을 대행하는 회사로 한국에서는 방송광고공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방송광고 판매 대행 등에 대한 법률’개정안을 마련, 공민영 2개 미디어렙 체제로 제한 경쟁을 유도했으나 규제개혁위가 완전경쟁론으로 제동을 걸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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