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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나]정몽준회장, 이런 운동 또 있을까?

입력 | 2000-12-31 17:24:00


우리나라 남자 중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나도 축구를 너무 좋아한다.

지금도 내 오른쪽 무릎에는 상처 하나가 남아 있다. 축구를 하다 다친 자랑스런 흔적이다.

75년 학군단(ROTC) 소위로 임관한 나는 전투체력 시간에 사병들과 어울려 주로 축구경기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한 사병으로부터 심한 태클을 받아 오른쪽 무릎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꽤 심한 부상이었지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한 뒤에는 또다시 축구를 했었다. 땀을 흠뻑 흘리며 공을 찬 뒤 사병들과 어울려 막걸리잔을 주고 받으며 느낀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전역 후 미국 유학을 하고 귀국해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회사 직원들과 어울려 공을 다시 차기 시작했다. 사원들 중에는 선수 못지 않게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의 축구기량도 많이 늘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바쁜 와중에도 틈만 나면 울산으로 내려가 축구를 하곤 했다. 어떤 때는 시간에 쫓기며 축구를 하다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에 황급히 올라온 적도 있다.

수구와 골프 등 여러 가지 스포츠를 즐겼지만 축구 만큼 멋진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격렬하면서도 우아하고 끊임없이 두뇌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게 축구다.

나는 주로 공격수를 맡는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수비진을 헤치며 골을 넣는 장면을 보노라면 전율을 느낄 정도다. 나도 동네축구에서는 꽤 알아주는 공격수다. 축구협회에서 일하는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들과 어울려 공을 차도 한경기에 1,2골씩은 꼭 넣는다.

어떤 이는 “회장이라 봐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지만 아마추어로 나 정도면 수준급의 공격수라고 자신하고 있다.

새 봄이 너무 기다려진다. 5월이면 부산 대구 울산 수원의 월드컵경기장이 완공된다. 경기장 건설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여러차례 가 봤지만 현재 공사중인 경기장들은 너무 멋지다. 얼마전 서귀포경기장을 들렀다가 파랗게 잔디가 깔린 보조구장을 보는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당장 “축구 한번 하자”는 제의를 했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공을 찬 적이 있다.

올해는 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더욱 한국으로 쏠릴 것이다. 국제적인 축구인사나 유명팀들의 방한 러시도 이어질 것이다. 이 때 나는 월드컵경기장으로 이들을 초청해 축구경기 한판을 벌일 생각에 부풀어 있다.

정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