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운동선수들은 부진할 때면 선전을 다짐하며 '삭발의식'을 치른다.
여자선수들은 어떨까. 그들에겐 '단발 투혼'이 있다.
여자선수 중 고참과 신참을 구분하기는 매우 쉽다.고참들은 머리를 길러 경기 때는 '말총머리'로 묶고 나오고 신참들은 한결같이 단발 또는 커트머리다. 따라서 다같이 단발머리를 한다는 것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것.
지난해 1월 2000여자농구 겨울리그에서 3연패에 빠졌던 한빛은행 선수들이 단체로 미장원을 다녀오는 '단발 결의'를 한 뒤 연패에서 벗어났었다.
그러나 세월이 변해서 일까. 의식도 달라졌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비추미 선수들은 2000년 마지막 날인 31일 '특이한' 의식을 치렀다.이른바 '염색 결의'. 8일 시작되는 2001겨울리그를 앞두고 이날 한 미장원에 모여 단체로 색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것.
삼성생명은 직전대회인 여름리그에서 3위로 떨어져 결승에도 나가보지 못했다.이번 겨울리그가 설욕의 무대인 셈. 뭔가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고 궁리하던 중 차리리 전부 염색을 하자고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국가대표 가드 이미선은 연초록색으로 탈색을 했고 센터 김계령은 여러가닥을' 빨주노초…' 무지개색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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