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MBC 코미디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21세기 위원회'와 '전파견문록',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을 누비셨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감자꼴 개그 4인방 중에서 유일한 유부남이며 한 아이의 아빠로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셨지요.
2000년 코미디계를 강타한 용어는 '개인기'와 '엽기'입니다. 두 단어를 붙여서 '엽기적인 개인기'를 구사하는 개그맨만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지요.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몰이와 심현섭이나 김영철의 부각은 이런 변화의 뚜렷한 상징입니다.
그러나 개인기가 전혀 없으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이들도 있지요. 감자꼴 4인방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김국진, 박수홍, 김수용 님은 그래도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타이밍을 잡고 제스처를 취하는데, 김용만님은 아예 그런 식의 웃음 만들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웃음을 위한 웃음보다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쪽을 택한 결과이겠지요.
아직도 저는 '첫차를 타는 사람들'에서 김용만님이 퉁퉁 부은 얼굴로 새벽길을 누비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가난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노라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곤 했지요.
올 한해 동안에도 김용만님은 꾸며서 보여주는 연기 대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셨습니다. 총각 김용만이 유부남 김용만으로 또 아기 아빠 김용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아, 응애에요!'를 연발하며 번칠이의 출생을 전국에 홍보한 김흥국님의 방식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지요.
노래를 조금 잘 부른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김용만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흔한 유행어 하나 만들지 못한 개그맨을 PD들은 왜 자꾸 찾는 것일까요?
콤비로 활동한 개그맨들은 두 사람이 각각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면서 조화를 꾀하였지요. 뚱뚱이와 홀쭉이도 그렇고 남철, 남성남도 그렇고, 최근의 서경석, 이윤석도 저마다의 특징을 뚜렷하게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김국진, 김용만 콤비의 경우, 김국진이 일방적으로 앞서나가며 일을 저지르고 김용만이 뒤쳐져 따라가면서 치다꺼리를 하지요. '여보세요!'와 같은 유행어를 빅히트 시키며 국진이빵까지 인기를 몰아간 쪽도 당연히 김국진님이었습니다. 코미디대상도 당연히 김국진님이 먼저 타셨지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을 초청하여 정담을 나누는 아침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양념으로 앉아 있는 개그맨들의 설익은 농담과 어색한 웃음에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어떻게든지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겠지요. 김용만님은 이제 그런 강박관념을 벗어 던진 듯합니다. 개그맨이 자신을 앞세우며 웃기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요. 김용만님도 처음부터 그런 여유를 지니지는 못하셨을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보다도 힘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지난 10여 년 동안 김용만님은 뒤에서 박수만 치셨습니다. 이제 앞으로 나와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박수를 받으세요 시청자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첫차를 타는 사람들'에서 받은 감동을 새해에도 느꼈으면 하는 겁니다.
2001년에도 따뜻하고 넉넉한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교수) tagtag@kytis.ko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