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우주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했을까. 명감독 큐브릭과 미국 과학소설(SF)의 거장 아서 클라크가 함께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은 68년 선보였으나 33년 후에 전개될 정보통신 사회의 현실에 대단히 근접해 있다고 미국 ABC방송이 전했다.
목성탐사에 나선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이 영화에는 중앙컴퓨터 ‘HAL’이 나와 사람처럼 말한다. ABC방송은 이미 미국 미리아드사가 컴퓨터용 인공음성을 개발했으며 목성과 화성탐사선이 발사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지능을 지닌 ‘HAL’이 우주선 조종사를 죽이거나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그려졌지만 현재 컴퓨터는 체스 대국에서 인간을 능가한 정도라는 것.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독재사회의 위험을 그렸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기계문명의 위험을 그렸다. ABC방송은 ‘HAL’은 ‘1984년’의 ‘빅 브러더’격이며 컴퓨터 네트워크가 인간 생활을 지배하는 지금 이 같은 주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 1년 전에 개봉된 이 영화는 2001년 정기 우주왕복선이 운항된다고 그렸다. 미국 팬아메리카 월드에어웨이스사는 2000년 정기 우주왕복선을 운항할 것이라며 9만건의 탑승예약을 받았으나 91년 파산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우주왕복선 좌석 뒤에 비디오 모니터가 설치되며 화상전화, 휴대용 TV, 평면 화상, 음성인식 보안장치 등이 개발된다고 예측한 것은 거의 들어맞았다.
그러나 달 식민지가 건설될 것이라는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힐튼호텔측이 20년 후쯤에는 달 호텔을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인간을 냉동 휴면시켜 장기 우주여행에 나서게 한다는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최근 인간 유전자 PL 및 PDK―4가 휴면시 인간의 생존 능력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의 냉동법도 발전하고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큐브릭 감독은 지난해 숨졌으며 국내에 상영된 ‘아이즈 와이드셧’ ‘풀 메탈 재킷’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등을 만든 거장(巨匠)으로 평가받고 있다.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