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요? 네티즌이 아닌 멀티즌이에요!
인터넷방송 회사 캐스트서비스에서 일하는 정은아씨(26)와 유니텔 프로그래머 김해영씨(28).
두 사람은 매일 화상채팅을 이용한다. 은아씨는 미국 새너제이 지사와 하루에 한번씩 화상회의. 화상을 이용하니 채팅이 미팅으로 이어질 때 폭탄 을 만날 염려가 없어 참 좋다 고 했다.
해영씨는 짬이 날 때마다 부인과 화상채팅으로 접선 한다. 그래서 별명이 사이버 부부 . 몇해전 히트했던 영화 접속 이 글씨만으로 감(感)을 전하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다.
취미생활도 멀티미디어다. 영화감상은 기본중의 기본. 해영씨는 출근 즉시 컴퓨터를 켜고 전날 다운로드한 MP3 신곡부터 듣는다. PC통신 시절에는 멜로디 뿐인 조잡한 미디파일도 감지덕지였다.
은아씨는 가끔 스트레스를 풀러 강남의 J나이트클럽에 간다. 이럴 때도 멀티미디어로 화려한 외출 을 준비한다. 인터넷 방송의 나이트클럽 생중계를 보면서 최신유행을 따라잡는 것. 나이트클럽에 다녀온 다음날엔 스테이지 위의 멋진 은아 를 확인하러 중계 사이트를 찾는다.
은아씨는 160㎝의 아담한 키지만 언제나 디지털로 중무장 한다. 그의 핸드백에는 팜탑컴퓨터와 개인정보단말기(PDA)가 함께 들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팜탑컴퓨터는 데스크톱을 완벽하게 보완해준다. 외근때나 출장때 E메일 확인은 물론 PC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편하다.
해영씨는 듬직한 체구와는 달리 PDA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를 애용한다. 저장용량이 작지만 인터넷 지도검색 E메일 증권정보 등 못하는게 없다. 해영씨는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필요를 못느낀다 고 했다. 그는 좀 색다른 측면에서도 PDA전화기를 이용한다. 전화기 속에 성경을 저장해 다닌다. 그는 PDA전화기를 쓴 이후 교회에 성경책을 들고 간 적이 한번도 없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네티즌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은아씨는 쇼핑의 절반정도를 온라인으로 한다. 그녀는 소위 땡처리 전문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헐값에 팔리는 알짜물건을 귀신처럼 찾아낸다. 얼마전엔 한 미국 사이트에서 10만원짜리 웹카메라를 단돈 3달러 55센트(약 3900원)에 샀다.
해영씨는 자동차까지 인터넷에서 살 만큼 전자상거래 신봉자 . 부인과 맞벌이를 하면서 식료품도 인터넷에서 산다.
두 사람이 즐기는 아날로그 도 있다. 은아씨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에 잠기는 것을, 해영씨는 드럼연주를 즐긴다. 은아씨는 이번 신정휴일엔 동해안 어딘가에서 별과 음악에 취해있을 거예요 라며 아날로그 취향을 자랑한다. 빨리 음악파일 다운받아 CD에 구워야 하는데… 라는 사족이 옥에 티라면 티.
africa7@donga.com
▼멀티즌이란▼
멀티미디어(Multimedia)와 시민(Citizen)의 합성어. 문자나 정지화상을 이용하는 기존 네티즌과는 달리 문자 음성 동영상 등이 복합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동시 활용하는 이용자를 말한다. PC카메라로 화상채팅을 하고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메일을 보내는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낸다. 멀티즌은 대용량 정보교류가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때문에 가능해졌다. 스트리밍기술(동영상을 보내는 기술)의 발전도 멀티즌의 등장에 큰 몫을 했다. 스트리밍 기술은 파일을 내려받기 시작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동작을 시키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