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교섭단체 구성을 눈앞에 둔 자민련은 강창희(姜昌熙)부총재의 ‘반란’으로 속을 태웠다. 그는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섭단체가 아무리 절실해도 해서는 안될 일은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부총재의 반발로 교섭단체 등록이 지연되고 있는데….
“좀 두고보자. 당으로서 자존심도 문제지만, 이런 일(의원 꿔오기)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당을 뭐로 알고 이러는 거냐. 이게 정치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여야관계도 악화될 것이고, 정당사에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
―교섭단체 구성은 자민련이 갈망해오던 일 아닌가.
“그 전에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교섭단체를 만들어서 무슨 일을 하겠나. 국고보조금이나 몇 푼 더 받자는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사무총장을 두 번이나 해봐서 당 사정이 어려운 것은 다 안다. 그러나 해서는 안될 일과 해도 될 일이 따로 있다.”
―입당 의원들은 ‘정국 안정을 위한 살신성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들이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송영진(宋榮珍)의원은 ‘이인제(李仁濟)대통령 만들기’를 위해서라고 했다. 또 송석찬(宋錫贊)의원은 자민련의 당론과는 배치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배기선(裵基善)의원도 마음은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다 알지 않느냐.“
―탈당까지 생각 중인가.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게만 이해해달라.”
―탈당할 경우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은 물 건너 가는데….
“(웃으면서) 또 하나 데려오면 되잖나. (내가) 고민을 오래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당에 얘기할 대안도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는 만날 것인가.
“명예총재께선 아직 아무 연락도 없다. 전화가 오면 내가 받아야지. 아랫사람인데….”
강부총재는 육사 출신(25기)의 5선 의원. 그는 98년 7월 내각제 유보 파동과 지난해 11월 검찰수뇌부 탄핵안 파동 등 정치적 고비 때마다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당 지도부와 충돌한 ‘전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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