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매출 45조8000억원, 수출 250억달러’.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가 세운 2001년 목표는 야심에 차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경기악화가 예상되지만 목표치를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작년보다 10% 가량 늘려 잡았다.
‘거함 삼성전자호’를 이끄는 윤종용(尹鍾龍·사진)부회장은 이처럼 새해 경영지표를 의욕적으로 설정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 가격의 폭락세가 계속되는 점이 걱정스럽다.
주력 수출품인 64메가D램의 국제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개 당 9∼10달러에서 급락해 작년 말엔 3달러선 마저 무너졌다. 기술경쟁력 덕택에 제조원가가 낮아 적자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치명적이다.
윤부회장이 매일 아침 출근하면 집무실의 컴퓨터 모니터를 켜고 전날 밤 북미 현물시장의 반도체 가격을 체크하는 것도 이 때문. 그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1·4분기(1∼3월)가 끝날 때쯤 멈추고 하반기가 되면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앞으로는 고성능 PC와 디지털TV용 셋톱박스, 서버 등에 쓰이는 128메가D램과 256메가D램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주력해 제품의 포트폴리오와 수익원을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반도체 시세라는 외부 변수에 따라 회사경영 전체가 영향을 받는 취약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반도체 이외 분야의 비중을 꾸준히 넓혀나갈 계획이다. 올해 투자재원으로 7조7000억원을 확보해 메모리 액정표시장치(LCD) 디지털가전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후발업체와의 기술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것. 충남 온양에 짓고있는 시스템 비메모리(LSI)공장을 늦어도 내년 초 완공해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평소 윤부회장은 “전자산업의 생명은 기술”이라며 “따라서 자력으로 신제품을 개발할 능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는 “디지털시대에는 시장을 선점한 1등 만이 살아남고 2등은 영원한 꼴찌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한다.
그는 “2001년은 ‘디지털혁명의 원년’”이라며 “제품과 기술의 융복합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히트치는 첨단제품을 새해에도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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