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7월 1일부터 계급 및 승진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외교통상부가 새 제도 시행을 6개월 앞두고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해 ‘막판 밥그릇 챙기기’라는 안팎의 눈총을 사고 있다. 또 마지막 승진에 끼기 위한 로비도 치열하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외무고시 22기 중 서기관 미승진자들과 23기 전원 등 30여명의 사무관을 서기관으로, 10명의 부이사관을 이사관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60∼70명 규모의 승진인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신원조회 작업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2년 가까이 승진인사를 하지 않아 승진대상자들의 불만이 많았고 직급별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던 새 인사제도가 국회 심의의 지연과 준비 부족 등으로 7월 1일로 연기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월 이정빈(李廷彬)장관 취임 이후 내부공문을 통해 “앞으로 외무공무원법이 전면 개정될 것인 만큼 승진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잡음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뒤 승진인사를 하지 않았다.
한 사무관은 “지난해 말 ‘인사 청탁은 절대 안 받아주겠다. 단 이번에 마지막 승진인사를 단행한다’는 상부의 결정을 듣고 ‘앞뒤가 안 맞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예정에 없던 ‘최후의 승진인사’를 실시하자 승진 대상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노골적인 ‘인사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지역의 해외공관에 근무하는 한 서기관은 모 정치권인사에게 “이번이 마지막 승진기회이니 장관에게 직접 얘기해달라”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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