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재미라는 게 무엇이든 말이죠."
경쾌한 코믹멜로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데뷔작으로 내놓은 박흥식(36) 감독은 2일 오후 이 영화의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영화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는 박 감독은 모자를 푹눌러쓴 채 어눌한 답변으로 일관해 `저래 가지고 어떻게 영화 한편을 완성시켰을까'란 의문 마저 들게 했다.
실제 부산하고 급박한 촬영현장에서 소리 지르는 것을 한번도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신사적'이라는 것이 함께 일해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데뷔작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두 남녀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 낸 사랑 이야기를 유머까지 뒤섞어 제법 그럴싸하게 포장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채비를 마쳤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연애담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상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사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느낌이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의미를 내포한 사랑을 이야기해 보려했다"고 답했다.
연세대 천문대기학과 출신으로 영화아카데미(8기)를 졸업한 그는 「그섬에 가고싶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연출부와 「8월의 크리스마스」 조감독을 거쳐 지난 98년 가을부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가다듬었다.
"펠리니 감독의 「아마코드」란 영화를 보면 한 미친 사람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이 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본격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남녀들을 직접 인터뷰해 사랑과 결혼, 연애 등에 대한 남자와 여자간 인식의 차이를 관찰했다는 그는 "보수적이고 평범한 애정관, 결혼관을 갖고 있는 남자와 사랑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여자를 대표하는 두 캐릭터의 앙상블이 중심이 된 영화로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아내'란 존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성역할로서의 아내가 아니라, 자신을 지켜봐주고 보살펴주고 힘이 돼 주는 존재를 일컫는 것 아니겠느냐"는 답변을 내놨다.
[연합뉴스=이명조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