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등학교가 재정 부족으로 교과목을 줄여야 한다면, 어떤 과목을 없애야 할까? 수학이나 영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수능시험과 관련이 적은 ‘음악’이나 ‘윤리’ 같은 과목이 도마에 오르게 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뉴욕 흑인 거주 지역에 있는 이스트 할렘 고등학교의 교사 로버타 구아스파리는 범죄와 가난 속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었다.
학생들은 그녀와의 바이올린 수업이 너무도 즐거웠으며, 공연이 주는 기쁨도 알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주 당국은 음악 같은 ‘과외 활동’에 더 이상 돈을 대기 어렵다고 하면서 바이올린 수업을 중단시키려 했다.
로버타는 “음악 교육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풍부한 감성을 길러주고, 음악 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작 스턴이나 이작 펄먼 같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나서서, 이스트 할렘 고등학교의 바이올린 수업을 지원하는 ‘기금 마련 콘서트’를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열게 된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재작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미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음악을 가르치지 않는 고등학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음악 케이블 방송인 VH1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1996년부터 ‘음악을 구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에릭 클랩튼이나, 글로리아 에스테판, 윈튼 마샬리스, 세릴 크로우 같은 미국 팝 아티스트들과 함께 고등학교에 악기를 사주는 기금을 모금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음악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왜 음악을 들으면 즐겁고 감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의 영향으로, 올해 초 미국 과학 아카데미는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기구를 만들어, ‘음악을 과학적으로 다루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연구비를 투자할 예정이다. 음악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이 정말로 풍부한 감성과 올바른 심성을 갖게 되는지, 또 창의력이나 집중력이 높아지는지 등의 문제는 이제 과학자들의 숙제가 되었다.
(예일대 의대 연구원)
jsjeong@boreas.med.yale.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