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최대 장점이 ‘약속시간 지켜주기’라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역 안팎을 둘러보면 그 외에도 여러 장점이 금방 눈에 띈다.
‘지하철 최대한 활용하기’를 생활화한 A씨(30·서울 도봉구 쌍문2동)의 출퇴근길을 한번 따라가보자.
그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4호선 쌍문역까지는 버스로 10분 거리. 차라리 자전거를 타면 만원버스에 시달리지도 않고 시간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에 A씨는 자전거를 한 대 구입했다. 마침 역 주변에 ‘50대 동시 주차’가 가능한 자전거보관대도 있다. 다만 잃어버리면 고스란히 자기 책임이라는 점이 조금 찜찜하다.
지난해 4호선 창동역에선 출퇴근용 자전거를 월 5000원에 대여해준 적도 있었다.
A씨는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 역으로 들어간다. 회사 인사부에서 요구한 호적등본을 ‘도봉구청 현장민원실’에 신청한다. 퇴근길에 받아볼 수 있단다. 현재 28개 지하철역에 이런 민원실을 설치돼 있다. 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오후 8시까지는 문을 닫지 않는다. 전화로 신청하고 다음날 출근길에 찾을 수도 있다.
회사 근처 5호선 광화문역. A씨의 교통카드 잔액이 300원뿐이다. 매표소로 가 3만원과 카드를 건넨다. 충전에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지난해 12월15일 전 노선에 이런 고속충전기 555대가 설치됐다. 그 가운데 1∼4호선의 360대가 기술적인 문제로 ‘개점휴업’ 상태라는 게 옥에 티.
주말에 부산에서 있을 회사동료의 결혼식이 생각난 A씨. 역 내부의 ‘도시철도 길잡이방’에서 부산 왕복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5호선 8개역, 7호선 상봉역, 8호선 잠실역에서 국내선 항공권을 살 수 있다.
회사에 도착한 A씨. 초등학생 조카 생일에 뭘 선물할까 고민하다 인터넷 쇼핑몰 ‘모닝365’에 들러 책을 주문한다. 퇴근길에 광화문역 ‘물류포스트’에서 받도록 해놨다. 이런 포스트가 현재 31개역에 있다. 주문 3시간 뒤면 그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퇴근길에 다시 광화문역에 들어선 A씨. 한쪽 구석에 혈압측정기와 체중계가 설치된 ‘건강관리코너’가 보인다. 한 노인이 자신의 혈압을 잰다. 이런 시설은 5∼8호선 29개역에 마련돼 있다.
애인과 저녁 약속을 한 종로3가역에 내린다. ‘무인(無人) 종합정보 시스템’에서 약속장소 식당의 모든 것을 애인에 한발 앞서 머리에 담아둔다. 화면에 손만 대면 정보가 뜨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개찰구를 빠져나와 매표소 옆 현금자동지급기로 간다. 돈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영화표를 예매하기 위해서. 신용카드를 넣고 영화를 선택한 뒤 시간과 매수까지 입력하니 표가 나온다. 연극 스포츠경기 표도 예매할 수 있는 이 기계는 전 노선에 250대 정도.
데이트를 마친 A씨. 귀가행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휴, 지하철 덕에 길지만 즐거운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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