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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지역의보 재정 만성적자 허덕

입력 | 2001-01-03 18:56:00


정부가 3일 국고에서 1000억원을 긴급 지원함으로써 지역의료보험의 파산은 일단 피하게 됐지만 지역의보의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보험재정이 파탄나면 병의원 운영이 차질을 빚어 극단적인 경우 환자의 병의원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물론 국민의 의료보험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자 원인은〓보건복지부와 보험공단은 지역의보가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진 이유를 의료보험 적용(급여) 범위가 늘고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민 1인당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수진율은 95년 3.781회에서 99년에 5.532회로 연평균 7.91% 늘었다. 건당 진료비는 같은 기간에 연평균 7.8% 증가했다.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기간도 95년부터 해마다 30일씩 늘어 지난해부터 365일 이용이 가능해졌다.

복지부와 공단은 의료기관에 줘야 할 진료비 규모가 커지자 해마다 지역의보료를 인상해 왔으나 99년 5월에 18.4%를 올린 이후 손을 대지 못하다가 지난해 12월분(납부는 올 1월)부터 15% 인상했다.

이처럼 재정부족이 예상되는데도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4월 총선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을 차일피일 미룬 데다 6월부터는 의약분업을 둘러싼 혼란과 의료계 파업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급여대상자 변화 추이

-

94년

99년

연평균증가율

지역

21,741

23,565

1.62%

직장

16,296

16,306

0.01%

공무원교직원

4,765

4,881

0.48%

특히 지역의료보험노조가 6월말 장기 파업에 들어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데다 장기파업으로 인해 보험료 징수율마저 낮아져 재정난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보험료 인상률을 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는 10월18일 이후 무려 16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으나 수가인상률 결정이 잘못됐다는 농민 근로자 시민단체 대표 등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연말에야 겨우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었다.

▽대책은 뭔가〓전문가들은 정부와 공단이 의보재정 긴축, 운영비 절감에 노력하는 한편 국민도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현재보다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득의 8.3%(일본)∼19.6%(프랑스)를 보험료로 내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보험료율이 3∼6%에 불과하다. 대신 본임부담률이 진료비의 52%에 이르는 등 의료기관 이용시 환자의 부담이 너무 크다. 의료보험이 의료보장이라는 취지를 못 살리고 ‘진료비 할인쿠폰’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대 의대 조홍준(趙弘晙·서울중앙병원)교수는 “대만의 경우 암 등 30개의 난치성 질환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해 주지만 우리는 고액 진료비에 대한 상한선이 없어 의료보험의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보험료를 적게 내고 진료혜택을 적게 받는 ‘저부담―저급여’ 체계를 ‘적정 부담―적정 급여’로 바꿀 필요가 있는데 의료보험 적용범위를 늘리려면 보험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국고지원과 함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물론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7월의 의료보험기구 통합을 계기로 관리운영비를 절감하는 등 경영혁신에 나서야 한다. 공단의 관리운용비는 지난해 보험재정의 8%로 독일(5.6%) 프랑스(5.9%) 일본(6%)보다 높은 편이지만 노조의 잦은 파업과 전횡 등으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