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희망이 없고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은 나라 전체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99년 7월 독일의 의료지원단체 소속 의사로 북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지난해 12월 30일 북측의 비자연장 거부로 추방된 노르베르트 볼레르첸(42)은 “의사의 눈으로 볼 때 북한은 말기 암환자에 가깝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볼레르첸씨는 그동안 함경남도 해주시립병원과 아동병원, 황해남도 재령과 신원의 군립병원에서 일했으며 99년 8월23일 화상을 입은 북한 환자 3명에게 자기 피부를 이식 수술해 ‘공화국 친선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는 메달과 함께 받은 ‘자유통행증’으로 북한 전역을 다니며 실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볼레르첸씨는 “지난해 6월 정상회담 이후 3개월 정도는 북한에도 유화적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10월부터 다시 냉랭한 분위기로 돌아섰다”며 “남측의 대북지원이 일반 인민에게 전달되지 않은 탓에 북한 주민이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북한에서 추방된 이유는 지난해 10월 23∼25일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일행과 함께 온 미국 기자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금지 지역’을 다닌 데다 11월말 평양을 찾은 토니 홀 미 하원의원에게 북한의 인권실상을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것.
북한에서 추방되자마자 1월1일 한국에 온 볼레르첸씨는 “참혹한 북한의 의료현실이나 인권현실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북한을 떠나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며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 머무르면서 의약품 지원 등의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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