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주부독자 여러분 안녕하셨어요?
김영란이에요.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97년 7월부터 8개월 동안 값진 동아일보 지면에 ‘김영란의 주부경제’를 연재했었죠. 기억나세요?
그땐 주로 은행 증권사 같은 금융권을 돌아다니며 재테크 전문가 흉내를 냈는데 이번엔 모델하우스를 찾아가기로 했어요. 부동산도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잖아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 맞은 편 ‘아이파크(I―Park)’예요. 현대산업개발이 짓는대요.
어머 사람이 하나도 없네. 썰렁해요. “이래도 장사가 돼요?” 물었더니 도우미 언니가 자신 있고 당당하게 응답하네요. “좀 비싼 아파트라 돈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타깃 마케팅’을 하고 모델하우스도 예약손님만 받아서 그래요.”
어떤 모델하우스는 인기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바람잡이’를 돈주고 고용하기도 한대요. 견본주택 밖에 비닐천막을 쳐놓고 분양권을 사고 파는 ‘떴다방’도 동원하고요. 절대 속지 마세요.
이건 고급 아파트예요. 이 모델하우스를 고른 건 최신 대형아파트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를 알게되면 보다 작은 아파트를 고를 때도 참고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우선 모델하우스 1층 공용홀에 있는 모형 단지를 살펴봐야지요. 여기서 주변 환경은 어떤지, 단지는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커다란 유리상자 안의 모형을 보니 주변 도로와 동(棟)간 형태, 방향, 운동시설, 공원 등이 한눈에 들어와요. 마치 TV나 영화 세트를 보는 것 같네요.
어느 동, 몇 호를 골라야 할지도 이곳에서 파악하는 게 좋아요. 지나치게 도로에 가까워 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동과 동 사이는 충분히 떨어져 있는지도 따져봐야 해요.
특히 낡은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아파트는 대부분 옛날 아파트에 살고 있던 조합원들이 로열층을 차지하고, 일반인들은 상대적으로 처지는 곳에 배정된다니 반드시 확인해야겠죠?
내부를 둘러보기 전에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 또 남아있어요. 난방방식이 개별난방인지 중앙난방인지, 현관구조가 계단식인지 복도식인지 등도 물어보고 내부 평면도를 보면서 방이 몇 개인지, 욕실 화장실은 몇 개나 있는지도 물론 챙겨야 해요.
드디어 실내구경이에요. 거실 창문엔 모조 한강야경이 비치네요.
“정말 한강이 내려다보이나요?”
“낮은 층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값이 좀 낮아져요.”
반짝반짝 닦아놓은 대리석 탁자, 커다란 평면 텔레비전, 널찍한 냉장고…. 휘황찬란한 가재도구들을 보니 눈이 어지러울 정도예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분양가에 포함돼 있는 물건들도 일부 있지만 ‘전시용’이라는 작은 꼬리표가 붙은 것들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모델하우스와 나중에 지은 집이 달라지면 어떡하죠?
예쁜 도우미 언니는 걱정 말래요. 업체에서 모델하우스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물’을 보관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그럴 염려가 없다는 거죠.
다음엔 다른 모델 하우스를 찾아가 침실 욕실 주방 등 내부 구석구석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