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정문술(63)사장의 인생스토리가 방송된 적이 있다. 1998년 3월15일 MBC '성공시대'라고 기억한다. 그때 정사장이 "기업의 경영권은 세습되어서는 안되며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밝히는 걸 들었다.
당시는 반신반의 했다. 족벌경영의 기업문화에 찌든 재계풍토에 비춰볼때 그의 말이 지켜지긴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2001년 1월4일. 정사장은 당시의 약속을 지키며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했다. 모든 권한과 책임은 전문경영인인 장대훈부사장에게 넘어갔다.
그의 퇴임의 변은 짧았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끝마무리는 누구보다 멋지게 하고 싶었다"며 이제 그 뜻을 이루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경영권을 상속해주는 것보다 깨끗이 물러나는 정신적 유산이 몇곱절 더 크다"며 그의 결심에 동의해준 두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미래산업의 천안공장에는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가 놓여있다. 여기에는 "착한 기업이 잘 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일시적 두각은 나타낼지 모르지만 오래가진 못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20년간 돈버는 일에 몰두했으나 앞으로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모델을 만드는데 바치겠다"며 "일회적이거나 소모적인 자선과 기부가 아닌, 지속적이며 생산력을 갖는 기부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업계의 진정한 거목이자 '바른생활' 교과서로 통하는 정문술 사장. 그의 퇴장을 지켜보면서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최용석/ 동아닷컴기자 duck8@donga.com